지도자의 자격

일주일 후면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대한민국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해외동포들도 누가 선출될 지 관심이 많다. 재외국민투표는 끝이 났으니 개표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한국의 유권자들은 앞으로 일주일 동안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 결정할 것이다. 지난달에 미국 대통령을 뽑을 때도 그랬지만 바람직한 지도자를 선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후보자들의 장단점을 잘 모르는 이유도 있지만 지도자의 자격을 비교 검토할만한 기준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 간의 지지도에 큰 차이가 없어 개표결과가 어느 때보다도 흥미진진한 것 같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누가 선출되느냐에 따라서 한국의 미래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투표권이 없는 해외동포들도 한국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사람이 정치 지도자 자격이 있는지 생각해 보고 최선의 지도자가 선출되기를 기원해야 되지 않을까? 특히 종교인들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위하여 기도해야 할 것이다.

언론에서는 "국정수행능력, 인재등용능력, 국민과의 소통능력 및 도덕성"을 대통령의 자격요건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은 "비전 있는 국가관, 국가 경영철학, 그리고 확고한 안보의식"이 있는 사람이 대통령으로 선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정치 지도자는 개인의 유익보다는 자기가 속한 집단이나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지도자의 자격요건에 대한 생각이 다르겠지만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소명감"이 가장 중요한 자격요건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정치를 권력에 대한 욕구충족과 신분 상승의 수단으로 여기는 것 같다. 정치인들 중에도 "소명감"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소명감이 있는 사람의 특징은 열정이다. 위로부터 부르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갈 길을 간다. 패배할까 염려하지도 않는다. 부르신 분이 도우리라 믿기 때문에 성공을 확신하고 어떤 장애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명감을 가진 사람의 또 다른 특징은 중간에 자신의 임무가 끝났음을 알아도 동요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의 예가 구약성경 출애굽기에 있다. 그 사람의 이름은 모세다. 그는 양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이집트에서 고생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해 내라고 명령했다. 그는 "제가 무엇이라고, 이스라엘 자손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겠습니까?" (3:10) 라고 반문한다. 하나님은 모세가 꼭 필요하다고 여러 말로 설득한다. 모세는 대답한다. "주님, 죄송합니다. 제발 보낼만한 사람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4:13)." 그러나 그는 결국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드린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데리고 약속의 땅에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광야에서 40년을 헤매다가 마침내 약속의 땅에 거의 도착했을 때였다. 하나님이 모세에게 그의 임무가 끝났다고 그의 자리를 그의 부하인 여호수아에게 넘기라고 말씀했다. 그리고 그는 이 세상을 떠나란다. 모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버림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모세는 그 동안의 고생한 보람이 눈앞에 보이는데, 약속의 땅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죽게 되었는데 전혀 불평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부르심을 받은 자의 태도가 아니겠는가?

정치인에게도 소명감 못지않게 "내가 아니라도 괜찮다" 라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이 부름 받았지만 자신의 할 일이 끝났다고 생각될 때는 지체 없이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잘못도 바로 여기서 실수한 것이 아닐까? 반드시 자기가 대통령을 계속해야만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유신 헌법을 만들었다. 명예롭게 다른 사람에게 대통령직을 넘겨주었더라면 그는 군사 혁명을 일으킨 잘못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대통령으로 칭송 받았을 것이다.

이번 대통령에 출마한 사람들 중 소명감을 가진 후보가 몇 명이나 될까? 아무리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모두들 오직 정권쟁취에만 관심이 있다. 수 없이 많은 공약(公約)을 발표하는데 자신들도 실현하기 어려운 것을 알 것이다. 정치인들은 항상 그랬으니 "who cares?" 라는 태도이다. 그렇게 많은 공약(公約)은 발표하는 순간부터 공약(空約)이 된다. 어떤 의미로 정치인들이 사기를 치는데 어느 누구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국민들도 실현성이 없음을 알면서도 거짓 희망으로 스스로를 속인다.

정치인들만 "소명감" 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하든지 소명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언제든지 하던 일을 미련 없이 내려놓는 자세도 필요하다. 나는 과연 이 두 가지 자격을 다 갖고 있는 것일까? 누가 뭐래도 소명감은 확실한데 모세처럼 하던 일을 내려놓고 죽을 준비는 안 된 것 같다. 한국의 대통령으로 누가 선출되든지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부름 받았다는 확신이 들기를 바란다.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퇴임 후에는 존경 받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기를 빈다.

글쓴이: 김용환 목사, 북부보스턴한인교회 MA
올린날: 2012년 12월 13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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