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태권도를 배우신다고요?

막내 딸 아이에게 뭔가 앞으로 인생에 "자산"이 될만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태권도를 한 번 시켜 보면 어떨까 했습니다. 작년 일 년 동안은 태권도가 싸우는 기술(martial art)이란 이야기를 듣고 싫어하더니만, 올해 들어서 약간의 관심을 보였습니다. 올해 초, 말보다는 현장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도장엘 데리고 갔습니다. 딸 아이는 관심을 보였고, 그 날로 등록을 했습니다. 문제는 바로 나였습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에게 소원이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나이에 무슨 태권도" 하면서도, "아직 기회는 있다.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었습니다.

기억해 보면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악기를 배우거나, 무술이나 수영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수영도 나이 서른이 넘어서야 정식으로 배웠는데, 무술에는 특별히 기회가 없었습니다. 태권도 도장에 들어서 보고, 또 관장님께서 가르치시는 원리를 지켜보다 보니, 마치 어릴 적부터 마음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버튼(button)"이 눌러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조선의 선비들은 일반 사람들이 알듯이, 단순히 책상 물림을 하던 사람들이 아니었고, 나름대로 신체를 단련하고 무술을 익힌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오히려 신학을 공부하면서 관심을 갖게 된 "성리학"(性理學) 때문이었습니다. 또 신앙생활을 하면서 하나님이 창조를 통해 우리에게 주신 "몸"의 신비를 점차 느껴갈수록, 몸을 갈고 닦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숨겨진 배움과 깨우침의 "버튼"을 가지고 사는데, 저는 딸 아이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해 보게 된 것입니다.

태권도, 군대에 있을 때 태극1장만 했지 그 다음 단계를 하지 못했고, 또 폼만 배웠지 몸을 풀고 단련하지 못했기에 태권도를 배우는 지금까지의 몇 달 동안 저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몸은 돌지 않고, 다리도 올라가지 않습니다. 몸에 대한 솔직한 느낌은 관절의 유연성이 없이 모두 꽉 붙어 있는 "통 돼지" 같은 느낌. 한 번은 발차기를 하다 공중으로 붕 떠서 발을 삐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즐겁습니다. 시베리아를 거쳐 한반도로 거처를 정하고 대륙을 넘나들었던 "대한민국 사람"이 되어간다는 느낌입니다. 이민 와서 "코리안 어메리칸"(Korean American)이 되고 나서야 비로서 "대한민국 사람"이 돼가고 있으니,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배우는 것은 즐겁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따라 하다 보면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는 순간이 많습니다. 숨을 다스릴 수 없을 정도로 헉헉거리기 일쑤입니다. 뿐만 아니라, 발을 들기조차 힘들 때도 있습니다. 아, 그래서 아이들을 더욱 존경하게 됩니다. 승급 시험을 위해, "앞서 가는 선배 수련자"들을 보면 정말 멋있다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남자 아이들뿐만 아니라, 여자 아이들의 품새와 발차기를 보면 존경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솟아납니다.

"목사님도 태권도 배우세요?"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예." 배움과 훈련, 자기 담금질, 자기 절제&ellipsis; 모든 사람이 멋지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소원"을 묻어만 두고 살기에는 하나님께서 열어주시는 길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축복합니다.

글쓴이: 류재덕 목사, 밸리한인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3년 6월 28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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