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면 갈수록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좌뇌와 우뇌(이성과 감성, 머리와 가슴)의 균형, 생각과 행동의 균형, 지성과 영성의 균형, 엄격함과 부드러움의 균형, 진지함과 유머감각의 균형, 침묵과 말의 균형, 일과 휴식의 균형, '홀로'와 '서로'의 균형, '나섬'과 '물러섬'의 균형... 양 날개로 창공을 가르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싶습니다.
요즘은 열정과 여유의 균형에 대해서 많이 생각합니다. 열정이 앞서는 삶은 쉽게 지칠 수 있습니다. 놓치는 것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자칫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을 들볶을 수도 있습니다. 결과주의 혹은 업적주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열정은 없고 여유만 있으면 답답해질 수 있습니다. 게으를 수도 있습니다. 무책임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삶에 진전이 없이 제자리를 맴돌 수도 있습니다.
저는 서두르지 않되 결코 멈추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면에는 식지 않은 열정을 간직하고, 외적으로는 그 열정을 여유로운 몸짓으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 즉 고요한 듯하나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가운데에 고요함을 잃지 않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믿음은, 한편으로는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과 교회를 사랑하는 열정으로 불타오르게 하고, 다른 한편으론 겸손히 그분의 손길에 맡기고 기다리는 여유를 제공하기 때문이죠.
세월은 참으로 무섭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무디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흐르는 세월 속에서 첫사랑도 식어가고, 삶에 대한 기대도 약해지고, 일에 대한 열정도 흐릿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식어지고 약해진 것을 연륜이나 여유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곤 하죠. 그러나 참된 연륜과 여유는 식어지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스려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해를 시작하는 마당에, 제 자신과 우리 교우들의 마음속에 다시 믿음의 불을 지펴보려는 열정, 다시금 교회를 일으켜보려는 열정의 불이 지펴지기를 빕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 활활 타고 꺼져버리는 불이 아니라, 은은하게 지속되는 불, 꾸준히 빛을 내고 열을 뿜는 불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글쓴이: 이현호 목사, 새빛교회 VA
올린날: 2013년 1월 14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