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성도님께서 저에게 "왜 목사가 되셨습니까?"라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주저없이 "목회하시는 아버지가 행복해보였거든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소명을 받았다, 서원을 했다와 같은 대답이 나와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한 대답이 나오니 그 성도님께서 조금 의아해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목사의 소명에 대해서 고민하기 전에 저는 목회하시는 아버지 때문에 목사가 되겠다고 마음을 정했습니다. 저는 목회자가 되기에 부족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러니 하나님께서는 제가 어릴 때부터 좋은 목사님 옆에서 어깨 너머로 목회가 뭔지를 배우게 하신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즘도 아버지와 통화를 하면 거의 빠지지 않고 저에게 당부하시는 말씀이 있으십니다. "감사하자"입니다. 너무나 단순하고 당연한 말이지만 저에게는 가슴에 사무치는 말씀입니다. 오래 전에 아버지께서 몸이 많이 좋지 않아 걱정이 되어 전화를 드렸습니다. 몸이 괜찮으신지를 묻는 아들에게 "그래도 하나님께 감사하자"라고 하시는 아버지 때문에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것이 정말 감사구나. 아버지께서 왜 행복하게 목회를 하시는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감사하는 삶을 살려고 합니다. 때로는 이를 악물로 감사를 고백합니다. 모든 것이 잘 된 후에 감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하기에 지금을 감사하는 것이 참된 감사임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감사는 후불이 아니라 선불이기 때문입니다.
한문에 보면 사람 '인(人)'자가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 한자를 접했을 때 한문 선생님께서 해주신 설명이 생각납니다. 사람 '인(人)'자는 어떠한 것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상형문자인데, 사람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야 한다는 데서 서로 기댄 모습을 본딴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저의 인생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혼자서는 설 수가 없어서 하나님께서 저에게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셨기 때문이다. 교회 안에서 함께 누릴 만남의 축복으로 인해 가슴이 설레입니다. 노사연씨의 노래 가사가 생각이 납니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닙니다.
글쓴이: 윤국진 목사, 와싱톤한인교회 센터빌캠퍼스 VA
올린날: 2013년 10월 15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