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서늘합니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운다는 가을의 시작인가 봅니다. 봄이 여자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면, 가을은 남자의 마음을 흔들리게 합니다. 그래서 가을이면 배낭하나 짊어지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곤 합니다.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보고 한 제자가 묻습니다. "스승님, 갈대가 흔들리는 것입니까 바람이 흔들리는 것입니까?" 스승이 답합니다. "갈대가 흔들리는 것도 아니고, 바람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다. 단지 네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40대를 '불혹'(不惑) 의 나이라고 했습니다. 아닐 불(不)에 미혹할 혹(惑),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불혹'을 '불같은 유혹을 받는 나이'라고 한답니다. 예수님도 가을이면 마음이 흔들리곤 하셨는지, 훗날 슬쩍 여쭤보려 합니다.
얼굴은 그 사람의 역사이며 살아가는 현장이며 그 사람의 풍경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듯 얼굴은 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한 권의 책과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서 지켜야 하는 것은 '동안'(童顔)이 아니라 '동심'(童心)이라고 합니다. 동심을 잃어버리게 되면 나타나는 현상이 몇 가지가 있는데 먼저 유머를 잃어버리게 되고, 계절의 변화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처럼 계절이 바뀌어갈때면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바라보고 단풍을 음미하게 되는데, 동심을 잃게되면 계절의 변화를 딱 두 가지로 구분한답니다. '덥다, 춥다.' 좀 더 심각해지면 '더워 죽겠다. 추워 죽겠다' 그렇게 뭐든지 '죽겠다'로 끝난답니다. 자연을 가까이 하면 잃어버린 동심을 회복하는데는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서 지켜야 하는 것은 동심, 곧 어린아이의 마음만은 아닙니다. 성경에서 지혜자는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 4:23) 하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 마음의 중심에 '신앙심'(信仰心)을 지켜야 합니다. 동심을 잃게 되면 유머를 잃어버리게 되지만, 신앙심을 잃게 되면 생명을 잃어버리게 되고 맙니다. 하나님은 분명 우리 앞에 '생명의 길과 사망의 길'(렘 21:8)을 두셨습니다. 자연을 가까이 하는 것도 좋지만, 성경을 가까이 하면, 말씀을 가까이 하면, 잃어버린 신앙심을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주님 말씀은 잃어버린 생명, 하나님께서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불어넣어주셨던 숨, 생령을 회복하는 생명의 길로 인도하기에 충분합니다.
시편의 시인은 노래했습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 119:105) 가을은 들판의 말들만 살찌우는 계절이 아니라, 흔들리는 우리 마음에 신앙심을 살찌우기에 참 좋은 날들입니다. 천고마비의 계절, 독서의 계절, 남자의 계절 다 좋다지만, 이번 가을에는 성경을 가까이 하고, 더욱 말씀 묵상에 매진하여 생명의 길로 걸으며 지성은 깊게, 영성은 맑게, 감성은 풍부하게 해야겠습니다.
글쓴이: 남성원 목사, 슈가힐한인교회 GA
올린날: 2013년 9월 30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