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탄트’ 메시지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 부족 중에, 그곳에서 적어도 5만 년 이상 살았을 거라고 추정하는 '오스틀로이드'라고 불리는 인종이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참사람 부족'이라고 한다. 그들은 문명인을 가리켜 '무탄트'라고 한다. (무탄트는 돌연변이라는 뜻) 인간과 사회의 중요한 기본구조에 이상한 변화가 생겨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 존재를 말하는 것이다. 그 원주민들은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들인 동물, 나무, 풀, 구불거리는 샛강, 심지어 바위와 공기조차도 우리의 한 형제이며 누이라고 믿고 사는 사람들이라 한다. 그러하니 그들의 눈에 도시문명인들의 모습들이 해괴한 무탄트로 보였던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힐링(치유)'이라는 말이 대세이다. '힐링 캠프,' '내적치유'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린다. 9월 11일 자 경향신문 사회면에, "치유 원하는 사회, 상처 받은 자가 넘쳐난다."라는 기사 타이틀이 올랐다. 내용을 보니 이런 말들이 적혀있다. '이제는 해도 해도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개인의 힘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부닥친 현실이다.' '힐링 캠프 같은 프로그램에서부터 마음 치유를 뜻하는 힐링이 우리 사회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마인드프리즘 대표는 "경제적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기업 최고경영자들도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경제 발전 과정에서 사람이 목적이 아니라 도구화, 수단화 되었고, 사람을 함부로 대해도 상관이 없는 사회가 되다 보니 도처에서 상처 받는 사람들이 한강 범람하듯 넘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문강형준 문화평론가는 이렇게 진단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언제 잘릴지 모르고, 노조는 없고, 마을 공동체는 사라진 지 오래고, 친구들도 모두 사느라 힘들다. 개인의 불안과 좌절을 좀 쉽고 편하고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줄 수 있어야 한다. 마음의 치유와 위로가 번성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개인의 내면을 치유하려는 것은 쓰레기더미 속에 살면서 향수를 뿌려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경제 구조적 진단에 앞서 오늘의 20-30대 자녀들이 지난 2-30년간 어떻게 지냈는지,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을 지향하게 하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컴퓨터 문화 속에서 살았다. 눈으로 컴퓨터를 보면서, 귀로는 MP3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손으로는 게임을 하면서 자랐다. 인격성, 관계성, 집중력, 진정성, 자연성 등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영혼이 병들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제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고 사회성을 추구할 때가 되니 모든 면에서 병리적인 현상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 게임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많은 부분이 전쟁놀이이거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임(예로, 옷 벗기기 등)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 가정 한 자녀의 시대를 거쳤기에, 오직 내 자식 자존심 꺾지 않으려 하고, 누구에게도 지는 꼴 볼 수 없는 내 자식 제일이라는 집착들이 결국은 부모도 통제할 수 없고, 자신조차도 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우리들의 자화상을 어찌 돌연변이(무탄트)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의 머릿속에는 상상할 수 없는 괴물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표출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관심을 갖고 수고하여야 부분이 있다. 자연친화적인 삶이요, 인성계발적인 교육방법이요, 옳음과 그름, 먼저와 나중을 헤아릴 줄 아는 질서를 중시하는 삶인 것이다. 자연의 위엄 앞에 겸손할 줄도 알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의 삶을 존중히 여기고, 타인을 존경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예와 아니오를 말할 줄 알고,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으며, 먼저 할 것을 알고 나중에 할 것을 헤아리는 지혜가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글쓴이: 이선영 목사, 덴버연합감리교회 CO
올린날: 2012년 9월 27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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