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찬가

오늘도 어머니 날에 우리 어머니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금은 89세의 노인으로 서울의 한 재활병원에서 생활하시는 어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그의 놀라운 인생역정에 대해 경이로운 마음,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어머니는 여자 중에서도 작은 체구를 가지셨습니다. 그런데다가 젊을 때 고생에서 얻은 지병으로 오랫동안 소화불량에 시달리셨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20세기 전반기에 한국땅에 태어나신 우리 부모님들이 가난과 전쟁, 그리고 식민통치의 아픔을 겪으며 사셨는데, 우리 어머님의 겪으신 고생도 누구 못지 않습니다.

우리 나라가 일제에서 해방되던 바로 그 날, 저희 부모님은 결혼하셨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8.15광복절은 저희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합니다. 중국 안동에서 결혼하신 두 분은 결혼하자마자, 아버님이 광산의 측량기사로써 새롭게 얻으신 직장이 있는 황해도의 옹진으로 이주하십니다. 그곳에 중풍을 앓고 계셨던 저희 할아버님이 합류하셔서 세 식구의 삶이 시작되었고, 그 이듬해 맏아들인 제가 세상에 태어나게 된 것입니다.

제가 어머님에 대해 처음 기억하는 것은 주로 6.25 전쟁 중에 있었던 일들입니다. 제일 처음 기억은 어머님이 아버님 없이 교회를 지키시던 모습입니다. 광산의 측량기사를 그만 두시고, 교회의 전도사로 일하시던 아버님이 6.,25전쟁 직후 공산군에게 끌려가시고, 우리 네 식구만 교회에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와 저,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기 사흘 전 태어난 제 누이 동생이 어머니와 함께 남겨진 것입니다. 그 때 어머님의 나이가 25세, 그야말로 청상과부가 될 위기가 닥친 셈입니다. 수족이 불편하신 시아버님과, 갓 태어난 아기, 그리고 철없는 저를 데리고 더 이상 살 용기가 나지 않으시던 어머님의 우시던 모습이 제 마음에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러나 전쟁을 겪는 동안 이렇게 연약하시던 어머님은 천하에 누구보다도 용감한 여인으로 변신하십니다. 다행히 아버님은 포로로 끌려가던 중에 장대같이 쏟아지는 비로 인한 혼란을 틈타 탈출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피난의 대열에 서게 됩니다. 피난 봇짐을 지고 이고, 어린 아이들을 업고, 걸리면서, 몸이 불편한 할아버님과 함께 남하하다 보니, 공산군보다 남하하는 속도가 느려 뒤처지게 되었고, 그만 서울 부근에서 더 이상 내려가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지요. 아버님은 다시 숨어 지내야 하는 형편이 되어서 한 마른 우물 속으로 내려가 몸을 숨기셨습니다. 다행히도 피난 간 어떤 집 별채를 얻어 몇 집이 함께 지내게 되었지만,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짐이 고스란히 어머니의 어깨에 지워진 것입니다. 그 여름 내내 어머니는 근처 농가에서 수박과 참외 같은 과일을 받아다가 길거리에 놓고 파는 일을 하셨습니다. 다행히 갓난 아이를 업고 길가에 앉아 있는 젊은 여인을 동정하던 행인들 덕에 장사는 잘 되었다고 합니다. 뜨거운 여름, 미닫이 문을 열고 할아버님과 함께, 어머니를 기다리던 제게, 어머니의 돌아오시는 모습은 전쟁에서 승리한 영웅의 모습이었습니다.

어머니에게 얽힌 영웅담은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그 이후에 닥친 1.4 후퇴, 옹진 항구를 빠져나가려는 피란선에 우리들을 먼저 태우기 위해 애태우시던 모습. 그 작은 여인에게서 어떻게 그런 힘과 용기가 나오는가, 지금도 생각할 때마다 기이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지금 병상에 누워계신 어머님을 뵈올 때도, 제게는 누구보다 지혜롭고, 용감한 영웅, 마치 하늘의 천군을 지휘한다는 미가엘 천사같이 보입니다.

모두의 어머니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내 주신 천사입니다. 어머니 없이 어떻게 우리가 살 수 있었겠습니까? 하나님의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에서 확실하게 나타나는 것임을 저는 믿습니다.

글쓴이: 김웅민 목사, LA복음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3년 5월 13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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