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르면서 어린이가 되는 행복

이번 주 Time지(5/14판) 표지로 엄마의 젖을 물고 있는 3살짜리 아이의 사진이 나왔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것이 아이 중심이 되기 위해 모유를 먹이고 아이와 함께 자고 아이와 떨어지지 않는 'attached mom'이 되는 것이 아이를 위해 과연 좋은 것이냐는 문제가 제기 되면서, 그렇다면 정말 얼마나 희생적으로 잘해야 진짜 엄마로서의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이런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오래 전 여성들이 직장생활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직장생활 하는 엄마가 집에 있는 엄마보다 아이들 교육을 잘하는 것인지 아닌지의 문제가 토론되기도 했었습니다. 항상 결론은 분명합니다. 집에 있거나 직장에 나가거나 행복한 부모 그리고 자녀교육의 노하우를 아는 부모, 무엇보다 건강한 사랑을 할 줄 아는 부모가 자녀에게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혼한 가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과 행복을 모르면서 붙어사는 부모보다, 홀로 키워도 사랑의 참 의미를 알고 어떤 환경에서도 행복하게 살 줄 아는 엄마나 아빠와 사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란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몇년 전에 미국사회를 울렸던 카네기맬론대학에서 '마지막 강의'를 한 Randy Pausch를 우리는 기억합니다. 47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 어린 아들과 딸에게 남기고 싶은 말들을 책으로 내었습니다. 아이들이 크면서 아버지를 보지 못하고 자라겠지만 그들에게 아버지로서 해야 할 마지막 도리를 하기 위해 자녀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말들을 모은 것입니다. 그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무엇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지 깨달은 사람들의 사랑 어린 글들이 삶의 진리가 되어 이 세상에 거룩한 영향력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살아 있으면서 자녀를 노엽게 하고 아프게 하는 부모보다 같이 살아있지 못해도 부모의 역할을 잘 감당하는 경우도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어버이주일입니다. 미국에서는 어머니주일이지만, 한국에서는 아버지도 포함해서 어버이주일로 지킵니다. 살아계신 부모님들도 계시지만 이미 천국에 계신 부모님들도 계십니다. 그런데 Pausch가 그리 한 것처럼 살아서만이 아니라 부모는 세상을 떠나서도 자녀들에게 거룩한 영향력을 줍니다. 그래서 어버이주일이 되면 세상을 떠나신 부모님들 생각하며 눈물 흘리는 분들이 많은 것입니다. 주님이 산자 죽은자 모두의 주님이 되신다고 한 것처럼 부모님들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자녀들의 삶 속에 그대로 어머니, 아버지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이해인 수녀가 이런 글을 썼습니다. "엄마를 부르는 동안은/ 나이 든 어른도/ 모두 어린이가 됩니다./ 밝게 웃다가도/ 섧게 울고/ 좋다고 했다가도/ 싫다고 투정이고/ 변덕을 부려도/ 용서가 되니/ 반갑고 고맙고/ 기쁘대요./ 엄마를 부르는 동안은/ 나쁜 생각도 멀리 가고/ 죄를 짓지 않아 좋대요./ 세상에 엄마가 있는 이도/ 엄마가 없는 이도/ 엄마를 부르면서/ 마음이 착하고 맑아지는 행복/ 어린이가 되는 행복"(이해인, 엄마를 부르는 동안)

엊그제 보니 막내 아들이 백화점 봉투에 뭔가 근사한 물건을 사들고 오기에 물었더니 어머니날 선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둘째 딸에게 전화를 해서 "한국에서는 어버이주일이라고 해서 엄마만 아니라 아빠에게도 선물하는데 너희들도 한국의 전통을 존중해서 아빠에게도 선물해라." 했더니 기가 막히다는 듯이 "그러면 아버지날에 아빠 선물 사주지 않으면 되겠네."합니다. 가만히 생각하니 나도 아버지날 선물을 받더군요. 아이들이 커서 부모를 생각해서 명절이니 이런 것 챙기려는 것을 보면 세월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어머니도 어제 전화를 하셔서 선물을 소포로 받으셨다고 "소연이 엄마한테 고맙다 그래라."하시더군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그러면서 어설프지만 부모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할 줄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면서 그래도 내가 이 정도 인생 행복과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내가 어린시절부터 자라면서 받은 부모님들의 사랑의 영향력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도 아버지께서 저에게 이야기 하실 때 항상 웃으면서 이야기 하셨던 것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내가 뭘 잘못해서 야단을 치실 때도 웃으면서 인생의 지혜를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공부를 안하고 딴짓을 하면 "높은 산에 올라야 멀리 본단다."하시고 어떤 일로 실망해 있으면 "인생은 마라톤이다."하셨습니다. 정말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시거나 매를 드신 적이 없습니다. 정말 저는 아버지께서 저에게 하신 것의 반도 제 아이들에게 못한다는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다른 것은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 아빠로서 아이들 끌어안아 주고 뽀뽀해주는 것만큼은 포기하지 않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제 아이들이 부모가 된 다음에도 저는 아이들의 뺨에 뽀뽀를 해주고 싶습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다면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다음에도 제가 살아있다면 아이들의 뺨에 뽀뽀를 해 주고 싶습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이란 끝까지 사랑하는 것 뿐 다른 것은 모두 하나님께 맡길 뿐입니다.

글쓴이: 김정호 목사, 아틀란타한인교회 GA
올린날: 2012년 5월 14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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