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고민이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고민하는 내용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며 여러분의 기도와 또한 지혜의 도움을 구하고자 합니다. 고민의 골자는 결국 어떻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교회가 될까 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많은 교회가 있습니다. 큰 교회, 작은 교회, 선교 중심의 교회, 말씀 중심의 교회, 예배 중심의 교회 등. 각기 다른 모습으로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시는" 하나님의 부름에 응답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하나님 나라 한 귀퉁이씩을 맡아 분투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저희 교회는 어떤 모습과 어떤 색깔의 조각이 되어 하나님 나라의 큰 그림의 일부분을 충실히 맡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지난번 스태프 회의에서도 반나절을 이 문제를 가지고 함께 고민했고, 지난 한주간 또한 이 문제를 놓고 기도하며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그림은 패밀리 교회라는 것입니다. 전부터 저희 교회의 특징 중에 하나는 중고등부 학생들이 나이 어린 주일학교 아이들을 잘 돌봐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권사님들도 아이들을 야단치는 것보다는 귀여워해 주시고 예뻐해 주시는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됩니다. 늘 교회 전체가 이렇듯 한 가족 같은 분위기를 지녀 왔습니다. 이제 교회가 성장하면서 그러한 모습에 많은 도전을 받지만, 믿음의 한 가족으로서 서로를 챙겨주고 위해주는 모습은 교회가 지향해야 하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됩니다. 특별히 가정이 세상으로부터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이 때에 교회가 올바른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큰집"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하는 생각입니다.
더불어 저희 교회는 영어, 한국어가 어느 정도 되는 1.5세 층이 많이 두터워지고 있습니다. 영어권과 한어권이 늘 대립상태에 있게 되는 한인교회의 한계점을 넘어서 영어권, 한어권이 한 가족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교회로서의 가능성이 많은 교회라는 생각이 또한 듭니다. 중간에 두터운 이중언어권 가정들을 중심으로 한어권 문화를 소중하게 여기는 영어권 교인들, 그리고 영어권 문화를 또한 중요하게 여기는 한어권 가정들이 한마음이 되어서 새로운 이민교회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겠다는 "괜찮은" 꿈을 한번 가져 보게 됩니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 포기해야 되는 것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먼저 대형교회가 되는 꿈은 일찌감치 접어야 할 것입니다. 패밀리라는 교회 분위기는 300명을 넘으면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며, 500명을 넘어서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정을 살리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아무래도 교회가 감당해야 하는 다른 부분들, 예로 선교나 구제 등에 있어서는 다른 교회보다 나중에 하나님 앞에서 칭찬을 덜 받게 되리라는 각오도 해야 할 것입니다.
반면 얻는 것도 많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가정을 든든히 세우는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로 인해서 차세대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교회가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미래에 대한 가슴 벅찬 소망과 희망으로 늘 행복한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먼저 패밀리 교회로서의 새로운 영성 문화를 일구어가야 하겠다는 필요를 느낍니다. 문화라는 것은 살아가는 통괄적인 모습을 뜻합니다. 한국적 문화라는 것은 한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말하는 것 아닙니까? 영성 문화라는 것은 한마디로 하면, 은혜 받는 방법, 모습을 뜻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산에 가서 나무뿌리 하나는 뽑아야 하는" 영성 문화 속에 부흥해 왔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철야기도, 새벽기도, 금식기도, 주일은 하루 종일 교회에서 섬기는 주일성수, 집을 팔아서라고 바치는 희생적 헌금 등 뜨거운 열정의 영성을 통해서 한국교회가 성장해 왔고 또한 하나님의 많은 일을 감당해 왔습니다. 어쩌면 축구경기 하나를 위해서 시청 앞 광장을 수십만 명이 붉은 티셔츠로 빨갛게 물들이는 한국인의 극성 DNA가 교회의 영성 문화에도 많은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그런 영성문화에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까 말씀 드린 그런 긍정적인 뜨거운 열정이 또한 교회를 반으로 쪼개고, 반대편을 향하여 사탄이라 정죄하며 용역까지 동원해 성전 안에서 몸싸움을 벌리는 그런 부정적인 결과도 가져온 것이라고 평가해 볼 수 있다면, 특별히 젊은 세대가 교회를 떠나는 현실 속에서, 홍해 "바다"를 지나온 광야세대의 영성이 요단 "강"을 건너야 하는 새 세대에게 도움보다는 오히려 새 술을 담기에는 부적절한 "낡은 부대"가 아닌가 하는 질문을 해 볼 수도 있게 됩니다.
그와 함께 이사야서에서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43:18) 하신 하나님의 말씀에 귀기울이며, 천둥과 번개 속에서 땅을 흔들며 임하셨던 시내산에서, 엘리야에게는 들리듯 말듯한 "세미한 소리" 가운데 임하시는 (열왕기상 19장) 그 하나님의 모습을 보기 위해 애쓰는 새로운 영성의 문화가 필요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자는 아이들만을 집에 두고 새벽기도를 갔다 왔는데 하나님께서 지켜 주셔서 아무 일이 없었다는 간증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캠핑을 갔다 왔는데 그곳에서 새벽에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면서 세상을 지으신 하나님의 위대함을 아이들과 함께 찬양하는 은혜가 있었다는 간증을 가능케 하는 영성입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어른들은 어른들 대로 따로 산에 올라가서 나무 뿌리 하나씩 뽑고 오는 간증 대신, 한 가족이 가족 휴가를 선교지로 대신 다녀오는 가운데 서로를 더 알게 되고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었다는 간증을 가능케 하는 교회 문화입니다.
40일째 철야기도 하는 가운데 방언이 터졌다는 간증보다는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는 가운데 서로 언어의 차이로 알아듣지 못해 답답했던 마음들이 열리고 서로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는 간증이 가능한 영성 문화입니다.
물론 전에 것을 다 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영어 속담에 "Don't throw away the baby with the bathwater"란 말이 있습니다. 버리는 목욕물과 함께 어린아이도 함께 버리지 말라는 말의 뜻은 나쁜 것을 버린다고 좋은 것도 함께 버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즉 광야의 영성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그 중에 있는 좋은 것까지 다 버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지혜롭게 챙길 것은 챙기고, 또한 새 시대를 위한 부름을 위해서 담대하게 내려 놓을 것은 내려놓고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지난 중고등부 수양회 때 강사로 오신 정민호 전도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2세 목회자들이 한인교회를 떠나는 이유를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1세와 2세의 영성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많아서 힘들어 하다가 떠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1세 목회자들은 가정을 희생해 가면서 목회를 했지만, 2세 목회자들은 가정을 소중히 여깁니다. 가정에 일이 있다고 일찍 퇴근하는 2세 목회자들을 1세 목회자들은 이해 못하고&ellipsis; 그러는 가운데 서로간의 갭이 커지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많이 보게 됩니다."
전에도 들은 이야기이지만 이번에 다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롭게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가정을 희생해 가면서 교회 일을 하는 것이 좋은 영성이라면, 가정을 중히 여기는 것도 좋은 영성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즉 전자가 하나님께 칭찬받고 나의 믿음을 깊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후자를 통해서도 그런 은혜가 임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죠. 제 생각에는 이제는 그럴만한 때가 온 것 같습니다.
한가지 고민하는 것은 이러한 일들이 과연 우리가 포기해야 되는 일보다 더, 아니면 최소한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인가 하는 것입니다. 즉 쉽게 믿으려 하는 얄팍한 생각에서 그럴싸한 이유로 요단강의 영성이니 운운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제대로 하나님께서 저희 교회에게 주시는 꿈이기에 이런 고민을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많은 고민 끝에 하나님께서 저희 교회에 주시는 꿈이라는 결론으로 마음이 이끌려 가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 하도 고민을 하면서 기도를 하니까 하나님께서 하루는 아침에 이렇게 칭찬을 해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태준아, 너 잘 한 일들 있는데&ellipsis; 생각나니? 워렌교회에서 제자 성경공부를 통해서 말씀에 은혜 받은 할머니들이 KidZone이란 afterschool program 해서 시골 학교의 학생들 반이 몰려 온 것! 살렘교회에 와서 제자 성경공부를 통해서 교회가 바뀌기 시작할 때 패밀리축제, 여름학교, 한국학교 시작해서 지금까지 달려 온 것! 그런데 네가 잘한 것들은 내가 원했기에 잘될 수 있었다는 것&ellipsis; 그런 생각해 본적 있니?"
지난 주에야 그런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이 무엇인지 조금 더 감이 잡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과 이런 생각을 나눕니다. 패밀리교회라는 것이 저의 생각에서 여러분의 생각으로 이어져야 저희 교회를 위한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기에 이 생각을 놓고 함께 기도하고,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연말까지 함께 기도하고 고민함을 통해서 저희 교회가 가져야 할 꿈이 조금 더 명확하게 드러나리라 믿습니다.
그 일을 위해서 여러분의 기도와 협조를 부탁 드리며, 함께 소중한 해산의 고통에 참여해 주실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글쓴이: 김태준 목사, 살렘연합감리교회 IL
올린날: 2013년 8월 29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