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목회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입니다. 아리조나에 있는 감리교 선교사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선교비를 아끼겠다고 재생타이어를 사용했는데, 그 날도 선교 물품을 싣고 오다가 그만 타이어가 터져서 계곡으로 구르는 큰 사고를 당했다는 것입니다. 장례식에서 선교사의 누님이 자기가 선교비를 보내지 않았더라면 포기했을텐데 하며 통곡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마음이 아팠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잘 아는 선배인 이상혁 목사가 그 후임 선교사로 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정말 탁월한 목사인 그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미국 원주민 선교사로 온다는 것이 신기했기에, 그 후에 되어지는 일들을 주목해서 보았습니다. 미국에 무슨 선교사가 필요하냐 싶은, 그것도 척박한 땅에, 하나님께서 고 장두훈 선교사의 죽음을 통해서, 그리고 이상혁 선교사를 통해서 많은 일들을 이루어 가시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몇 년 후, 저는 열 아홉 명의 단기 선교팀을 이끌고 아리조나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들어가면서, 이 황량한 땅을 다섯 시간이나 달려가며 선배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싶었습니다. 나중에 하나님께서 자기를 호피족을 위해 택하셨다고 고백하는 말이, 제 가슴을 얼마나 쳤는지 한참 울었습니다. 그때 저는 하나님께서 보내셨다는 것을 잊고서 불평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도 간간이 마을도 지나고, 좌우에 옥수수 밭이 있는 길을 두시간 반 밖에 달리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감신 후배인 임태일 목사가 후임자로 거론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임태일 목사는 저를 긴장시키는 깊이의 사고와 영성을 가진 후배입니다. 하루는 평소 잘 하지 않던 메신저를 로그인 했는데, 거의 동시에 한국에 있던 임태일 목사와 연결이 되었습니다. 가야할 지를 고민하던 임 목사에게, 그곳에 다녀온 경험과 이민목회를 하는 입장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제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나중에 임태일 선교사가 그러더군요. "로그인 하신 하나님"이라고 말입니다. 고민하던 중에, 몇 년만에 메신저를 통해서 만난 저로 인해 가기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감신 동기와 결혼을 해서 삼남매를 둔 임태일 선교사 가정은 지금 인디언 보호구역 안에서 그들과 함께 살면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거친 광야에서 뛰노는 삼남매의 모습을 사진으로 볼 때면 마음이 짠해집니다.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 아골 골짝 빈들에도 복음들고 가오리다..." 신학교 채플 시간에 늘 부르던 찬송입니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온 삶을 불태우는 저들이 있기에, 척박한 빈 들에서 꽃이 피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주님도 말씀하셨지요.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요12:24) 우리가 누리는 많은 열매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글쓴이: 백승린 목사, 탬파한인연합감리교회 FL
올린날: 2012년 10월 15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