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 때, 시골 할머니 집은 화장실이 마당 끝 가장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다가 캄캄한 밤에 화장실에 가려면 너무 무서워서 주무시는 할머니를 꼭 깨웠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제가 늘 화장실에 간다고 깨워도 한 번도 싫다하지 않으시고 일어나 주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화장실을 다녀올 동안 당신 방문을 열어두셨습니다. 겨울에도 그렇게 하셨습니다. 문제는 할머니가 일어나 계셨고 문까지 열어놓으셨지만 화장실이 십 여 미터나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여간 무섭지 않았습니다. 그때 우리들은 화장실에는 달걀귀신(?)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두려운 마음으로 화장실로 향할 때와 화장실에 있는 동안에 할머니는 '험, 험'하시면서 헛기침을 해주셨습니다. 그 할머니의 헛기침 소리를 들으면 무섭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제가 성공적(?)으로 일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헛기침을 해주셨습니다. 그 소리는 "진모야, 이 할미가 네 곁에 있다"라는 싸인 이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그 할머니의 그 헛기침 소리가 얼마나 좋았으면 지금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이렇게 어른이 되었어도,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일을 만나면 그 때 할머니의 헛기침 소리가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 양을 치는 목자들에게는 항상 막대기가 들려져 있습니다. 물론 그 막대기의 용도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는 밤에 양들이 잠잘 때 이리나 늑대 같은 짐승이 오면 그 막대기로 물리치거나, 아니면 '딱 딱' 소리를 내어 짐승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사용하는 것입니다. 양들에게 있어서 그 목자의 막대기 소리는 '내가 여기 있다. 안심하라'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양들은 그 소리를 들으며 안심합니다.
가끔 우리도 인생을 살면서 이런 저런 사건을 만나 '아, 이제는 죽었구나'라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도 그 목자의 막대기 두드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나 목자 되시는 주님이 계시는 장소에 누워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보호를 받습니다. 인도를 받습니다. 안심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깊은 밤, 할머니의 헛기침 소리에 안심했던 제가 지금은 목회자가 되어 날마다 '너 근심 걱정 말아라, 주 너를 지키리' 나의 목자 되신 주님 곁에서 하나님의 막대기 소리를 들으며 목회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들이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것도 목자 되신 하나님의 막대기 소리를 듣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 목자의 막대기 소리는 우리의 영혼을 편안하게 하는 소리입니다. 그 소리가 있는 한 어떤 소리도 두렵지 않습니다. 이렇게 제가 늘 듣는 그 소리 '너 근심 걱정 말아라, 주 너를 지키리'오늘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러 교우들과 함께 그 목자 되신 주님의 막대기 소리를 꼭 같이 듣고 싶어 기도해 봅니다.
글쓴이: 구진모 목사, 시온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2년 5월 7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