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당신과 함께하십니다

제가 드디어 마지막 목회칼럼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금 저는 연회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 동료목사들의 은퇴허락을 받았습니다. 내가 원한다고 은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감독을 비롯한 동료 목사들이 허락을 해야 은퇴한다는 규칙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이지만, 목사는 부름받은 종으로써, 교회와 감독의 명령으로 오기도하고 가기도 한다는 원칙이 여기에는 있습니다. 물론 제가 34번째 연회에 참석하고 있지만, 은퇴가 불허된 경우는 한 번도 본 일이 없습니다. 일종의 통과의례이면서, 그러나 '나는 누구인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회가 됩니다. "너는 나의 종이야"라는 주님의 음성을 다시 듣게 되지요.

시편 92편을 읽으면서 지금의 제 마음을 잘 고백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여호와여 주께서 행하신 일로 나를 기쁘게 하셨으니 주의 손이 행하신 일로 말미암아 내가 높이 외치리이다. 여호와여 주께서 행하신 일이 어찌 그리 크신지요. 주의 생각이 매우 깊으시니이다. " (4-5절)

1992년 여름인가, 하와이 교회의 한 교우께서 "하나님이 김목사님과 함께 하십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을 저는 신탁(oracle)처럼 받아들였습니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신다는 생각으로 어려운 일을 당할 때마다,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고, 무리하고 무모한 일들까지도 그냥 감행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일이 얼마나 큰지, 그의 생각이 우리의 생각보다 얼마나 깊은지를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주와 동행!"이 제 삶의 신조가 되었습니다.

저는 목회생활에서 참 많은 실수와 잘못을 범했습니다. 제 집사람의 말로는 저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은 나쁘지만, 속으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편안한 것을 위대한 것보다 더 앞세우고, 재미 없거나 힘든 일은 좀처럼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이 번 연회에서 새롭게 목사 안수받는 사람들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모든 시간을 하나님의 일에 쓰겠는가 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저도 분명히 34년 전 안수 받을 때, '예'라고 대답했을 것인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게을렀던 것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제가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 심리테스트를 받게 되었는데, 저를 테스트한 심리전문가가 "당신은 사회성이 많이 부족해서 사람들을 사귀거나 관계를 가지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는 진단을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찾아가거나, 낯선 사람들을 대하고 사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심방을 하는 것도 그래서 어렵게 생각되었습니다. 물론 목회의 연륜이 쌓이면서,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좀 더 부지런히 심방하고, 좀 더 가깝게 교우들을 사귀었어야 하는데... 후회가 생깁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단점과 실수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저와 동행하셨습니다. 부족한 것을 용서해주실 뿐 아니라, 필요한 것을 채워주십니다. 은퇴를 앞두고 저는 이 사실에 대해 더 분명한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주와 동행"이라는 모토를 앞세워 살면서, 하나님은 저의 모든 필요를 채우신다는 신념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물질에 있어서, 특별히 돕는 사람들을 보내주시는 은혜에 있어서 하나님은 풍성한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그런 확신을 가지고 살자니 도에 넘치는 욕심을 부리지 않게 되는 것을 경험합니다. 이 것은 제 아내도 인정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님이 필요한 것을 다 공급하신다는 생각으로 사니,"나는 언제나 부자"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가능하면 남들에게 너그럽게 대하게 됩니다.

20년 전 제게 "김 목사님, 하나님이 당신과 함께하십니다"라는 말로, 제게 용기와 힘을 주셨던 그 성도님의 말씀이 제 목회여정에 든든한 지팡이가 되었습니다. 이제 제가 여러분을 향해 그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ooo성도님, 하나님께서 당신과 함께하십니다." 이 말씀을 믿고, 모든 일에서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사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사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의 부족함을 채우시고 잘못을 용서하시는 하나님의 동행하시는 은혜로 사는 것입니다.

은퇴하면서, 저는 여러분과 함께 한 지난 3년이 참으로 행복했던 시간이었던 것을 고백합니다. 저희 내외는 여러분에게 많은 빚을 지고 물러갑니다. 앞으로도 여러분과 LA복음교회를 위해 기도할 것을 약속합니다. 또한 은퇴한 후에도 그리스도의 종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하나님 주시는 사명이 무엇이든지, 잘 순종하며 살아가도록, 저희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주실 것을 부탁 드립니다.

글쓴이: 김웅민 목사, LA복음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3년 6월 17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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