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년 전 추수감사주일을 며칠 앞두고 차사고를 낸 적이 있습니다. 교회 건축을 시작한 지 일년이 다 되어가면서 준공을 눈 앞에 두고 있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직접 계약한 십여개 하청 업체 중 두 회사가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업자들과 계속되는 입씨름에 지쳐 있었고, 또 다른 일들로 마음이 불편한 상태였습니다. 그날따라 새벽기도를 나가기 싫었습니다. 목사도 그럴 때가 있습니다. 그리 추운 날도 아니었는데, 일어나려니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나가자" 하면서 억지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는데, 짙은 안개가 깔렸고, 밖에 세워 두었던 차에는 습기가 가득차서 거울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시동을 걸고 후진을 하는데, 갑자기 "와장창"하는 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나가 보니, 웬일입니까. 집사람 차가 밖에 있는 것을 모르고 제가 힘껏 받은 것입니다. 평소에 차를 차고에 넣어두던 사람이 그날따라 밖에 세워둔 것을 제가 못 본 것입니다. 제 차 뒤는 왕창 찌그러지고, 집사람차도 깨진 것을 보고서 교회를 향해 가면서, 원망하지 않으려고 일단 아무 생각도 말자 싶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그러시는 것 같았습니다. "너 쉬지 말고 기도하라고 그랬지. 시험에 들지 않기를 위해 깨어 기도하라고 그랬지. 이래도 감사할 수 있냐?"
새벽 예배를 마치고 돌아와서 경찰과 보험회사에 신고하면서 생각했습니다. 집사람 차를 받은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만일 교회에서 교인 차를 받았다면 누군가 시험 들었을텐데 말입니다. 내 차로 또 다른 내 차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감사했습니다. 차가 한 대였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차를 두 대나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감사한 일이지요. 다음 날 견적을 받으려고 body shop에 갔는데, 마침 제 보험회사 지정 수리 점이었습니다. 직원이 이 상태로는 운전을 할 수 없다면서 렌트카 직원을 곧바로 부르더군요. 얼떨결에 싸인을 하고서 밖으로 나가보니, 빨간색 차가 서 있는 것입니다. 좀 점잖은 색 없냐고 했더니, 이 차밖에는 지금 없다면서 키를 내주더군요. 제 평생에 언제 빨간색 차를 몰아보겠습니까? 그것도 감사하더군요.
물론 우리는 기도합니다. 하지만 기도하기를 쉴 때가 더 많습니다. 뭔가 필요할 때만 기도합니다. 기도는 영적인 호흡이라고 하면서도, 영적인 생명을 유지하는 기도를 게을리 합니다. 목사라고 해서 기도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쉬지 말고 기도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래야 영이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과 영적인 교제가 끊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순종하며 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항상 기뻐하십시다. 쉬지 말고 기도하십시다. 그리고 범사에 감사 하십시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살전5:16-18).
글쓴이: 백승린 목사, 탬파한인연합감리교회 FL
올린날: 2012년 11월 19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