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못 마땅한 일들이 많다. 신문기사도 그렇고 주변에 돌아가는 상황들도 그렇고 내 맘에 쏙 드는 경우는 드물다. 나 또한 누군가에겐 못마땅한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 다 거기서 거기이긴 마찬가지지만 이런 비판들만 있다면 삶은 무척이나 피곤하고 건조하리라.
하지만 난 생명을 입고 오늘을 시작한다. 이것은 거저이다. 알고보면 세상에 가장 중요한 것들은 다 공짜이다. 공기도 공짜, 물도 공짜, 사랑도 공짜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모든 것이 공짜다. 주어진 것이다. 선물이라는 얘기다. 내가 세상에 온 것도 수많은 정자들의 치열한 경쟁 끝에 난자 위에 착상한 행운이며, 전쟁 없는 이곳에서 살 수 있는 것도 순전한 행운이다.
우리는 큰 것은 지나치며 작은 일에 속상해 하는 경향이 있다. 광활한 우주, 억겁의 세월, 지금 우주의 먼지에 지나지 않으며, 눈 깜짝할 순간에 지나지 않는 인생이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여기에 있다는 엄연하고 숙연한 사실이다.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은 너무 큰 은혜여서 사람들이 보지 못한다. 지구가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있어 사람들은 의식하지 못한다. 엄청난 힘으로 지구는 지탱하고 있고, 생명이 이 지구 위에 사는 것도 수많은 조건이 맞아 그럴 수 있다.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은 기적이다. 또 내가 누군가를 보살피며 사랑하고 사랑받고 산다는 사실은 기적을 넘어 표현할 말이 없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못마땅한 일, 서운한 일들이 무색해지고 만다. 마치 태양이 떠오르면 풀잎에 맺혀 있던 이슬이 마르고, 짙은 안개가 걷히는 것처럼, 큰 것을 보게 되면 작은 것들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그래도 육신을 입고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나는 잘못된 것들을 바로 잡으며 가야 한다. 그게 내 길이요, 주어진 지금의 소명이기 때문이다. 내가 거저 받고 누리는 큰 은혜 위에 작은 일들을 하나씩 살아가다 보면 은혜 속에서 커다란 손길의 보호를 받는 아늑함과 고마움이 넘치리라.
아침 햇살이 나무 사이로 비쳐 어둠을 몰아내고 있다. 그리고 사방에서 새들의 노래소리가 들린다. 나도 그 안에 들어가 지복을 누려 보리라.
글쓴이: 홍석환 목사, RISEM 지방감리사, [email protected]
올린날: 2013년 8월 6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