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째 이어지는 불경기가 경제적 고통이 되어 이민의 삶을 더욱 고달프게 하고 있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든 돈은 사람들의 우상이 되었고, 급기야 돈 때문에 생명까지 위협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라는 성경의 말씀을(디모데전서 6장 10절) 빌어서 말하자면,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돈에 편중되는 것을 볼 때에 그 고통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돈에 승부를 건다. 지도자를 뽑아도 경제 문제를 해결하여 줄 수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고, 한 단체의 대표를 회장이나 사장보다 CEO(최고경영자, Chief Executive Officer)로 표현하고, 단지 1%도 안 되는 특별한 성공사례를 99%의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보편화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돈이 안 되면 말도 안 되고, 돈이 아니면 관심조차 두지 않는 돈밖에 모르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고통은 1920년대에도 있었다. <풍요로운 사회="">라는 책의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경제 보좌관으로 일을 하였던 갈브레이드(J. K. Galbraith)는 실용주의 입장에서 당시의 경제적 어려움을 연구하였다. 경제적 어려움을 안정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이전의 경제적 파산이 발생하였을 때, 거기에 있었던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왜 이런 경제적 파산상태를 겪게 되었는가?'라고 묻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대답을 하였다.
"지난 경제적 파산을 아는 사람들, 곧 경제적 파산으로 인해 새롭게 형성된 성품과 새로운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죽거나 은퇴하였기 때문에, 오늘의 사람들에게 무책임한 짓을 하지 않도록 경고하지 못하는데 원인이 있다."
즉 현대인들은 실패한 사람들의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으며, 그들이 경제적 파산으로 인하여 얻은 소중한 가치들-성품의 변화, 새로운 삶의 양태들-이 존중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실패를 거듭함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돈과 성공만을 추구하려 하지, 그로 인하여 어떤 문제와 고통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관심 갖는 모든 것을 끓어 안고 이미 씨름을 하였던 한 실패자이기에 그에게는 우리의 역사가 있는 것이고, 또한 우리 인생이 그 실패 속에 이미 담겨있는 것이다. 이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관심을 갖지 않는 한, 우리 또한 같은 실패자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제적인 것이든, 역사적인 것이든, 심지어 개개인의 인생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주변에도 실패한 자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결코 낙오자라고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실패한 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갈브레이드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글쓴이: 이선영 목사, 덴버연합감리교회 CO
올린날: 2012년 8월 23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