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가로 잘 알려진 루터가 학창시절 때 경험한 일화가 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학생들은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해야만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학을 하기 위해 학생들은 주로 남의 대문 앞에 가서 찬송이나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얻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노래를 잘할수록 푼돈을 더 많이 받을 가능성이 높은 까닭에 그것도 경쟁을 벌이곤 했습니다. 그런데 루터는 그렇게 좋은 음색을 갖지 못했습니다. 하도 핀잔을 많이 들어서 노래를 할 때마다 주눅이 들곤 했다고 합니다. 돈도 없고 그렇다고 남들처럼 도움 받을 만큼의 능력도 없으니 루터는 여러모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루터가 남의 집 앞에서 찬송을 부르는데, 갑자기 집 안에 있는 험상궂은 인상의 남자가 창문을 열고 '거기 가만히 서있으라"며 소리를 지르더랍니다. 속으로 루터는 아마도 자신의 노래 소리가 매우 시끄럽고 불쾌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여 도망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또 실패라는 생각을 하니 두려움보다 좌절감이 더 컸습니다. 결국 그것도 얼마 못 가 그 사내에게 붙들리고 말았습니다. 이제 맞기까지 하나보다 생각하는데 놀랍게도 그 사람은 "네 노래는 지독히도 엉터리인데, 가만히 네 찬양 소리를 듣다가 크게 감동을 받았다" 하면서 두둑한 돈 봉투 하나를 건네주는 것이었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에 루터가 변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걱정과 근심이라는 안경을 끼고 있을 때는 세상이 온통 어둡게 보였는데, 희망과 믿음이라는 안경으로 바꾸어 끼고 나서는 세상이 참으로 감사할 일뿐이구나 라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이런 고백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나님의 손길이 안 닿는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내 행실로 하나님께 찬양을 드리며 살겠습니다." 결국 그의 고백대로 그는 주의 종이 되었고, 훗날 종교개혁을 일으켜 죽어가는 교회를 바로 잡는 역사의 이정표를 세우게 됩니다. 앞이 캄캄해서 자신도 간수하지 못하던 사람이 세상을 보는 안경 하나 바꾸어 씀으로써 불의하고 부정한 세상을 변화시키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가 불완전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실패라는 쓰디 쓴 좌절을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꿈을 꾸는 자만이 아름다운 실패도 경험할 수 있다.' 비록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그 꿈을 향해 희망을 가지고 열심을 다하게 된다면, 실패도 우리의 삶을 기름지게 할 것이라는 말입니다. 결국 우리의 시선이 세상을 달리 보이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저도 이런 고백을 하고 싶습니다. 저를 불완전하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부족한 것도 감사 드리고, 때로 저 밑바닥에 버려진 듯한 느낌 갖게 하신 것마저 감사 드립니다.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그 때마다 다시 설 수 있다는 희망을 주신 것 감사합니다. 그 희망이 오늘 저에게는 참 소중한 안경입니다. 그 안경을 쓰고 오늘 세상을 바라봅니다.
저는 한 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날을 기다리는 오늘, 여전히 그 꿈을 잃지 않은 분들에게 희망의 소식 한 가지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창세기에 보면 하나님이 6일 동안 천지를 창조하시고 7일째 되는 날에 쉬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창조의 역사는 7일입니다. 우리의 삶은 이 7일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하나님을 바라고 그리스도 예수를 따르기 위해 희망과 믿음의 안경을 쓰고 오늘 우리가 이 7일을 힘들게 살아갑니다. 때로 타협하고 싶은 유혹도 들고 모순덩어리로 낙인 찍히는 것이 두렵습니다. 만일 우리에게 7일만 주어져 있다면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창조의 역사는 7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구원의 역사를 이루시기 위해 하나님은 우리에게 제8요일을 준비하셨습니다. 새로운 창조의 날입니다. 새 생명이 자라나는 날입니다.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던 꿈이 성취되는 날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선포되는 날입니다. 바로 희망과 믿음의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힘차게 비상하기 위해 몸부림쳤던 우리 모두를 위한 날입니다. 이제 새날의 희망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2013년을 채워나가시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글쓴이: 권혁인 목사, 버클리한인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3년 1월 2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