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어 본다,' 즉 '셈한다'는 말의 뜻이 무엇일까요? 영어의 'Calculus'라는 낱말은 본래 '작은 돌'이란 뜻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인류의 발달 초기에 사람들이 무언가를 셈할 때 작은 돌을 사용한 데서 그 말이 연유한 것으로 보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원시신앙의 형태를 보면 셈을 하듯 돌을 쌓아 올리는 일이 정성과 신실함으로 드리는 제사 형식으로도 표현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돌 하나를 셈하며 쌓아놓을 때마다 자신의 마음과 몸이 하나로 모아짐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느 한 쪽이 불완전하다면, 다시 말해 심신을 집중하지 못한다면 돌 하나하나를 쌓는 일은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세어 본다는 것은 자신의 육신과 정신을 하나로 묶어 준다는 의미를 갖는 말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반면에 우리말의 셈은 신체의 일정 부분과 밀접한 연관성 속에서 어원이 발전되어 왔습니다. 바로 손입니다. 원시신앙에서 사용된 돌보다는 손 자체가 인간의 수 발달에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는 이야기는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손가락이야말로 어디서든, 또 누구든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셈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경우 수와 관련한 셈 방식이 손가락과 매우 관련이 깊다는 사실을 그 어원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우리 말에 일에서 십까지 수를 세는 데 다섯과 열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다섯은 닫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손가락 다섯 개로 셈을 하고 모은 뒤 주먹을 쥐는 모양을 하면 편 손을 닫는다 하여 다섯이라 불렀습니다. 반대로 육부터 하나씩 펴나가기 시작해서 십이 되면 오므린 손가락 모두를 편 모습이 됩니다. 열은 손가락이 모두 열려 있는 모양이라 해서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손가락을 꼽으며 셈을 하는 것은 열림과 닫힘이라는 두 개의 상호 대립되는 개념을 오가는 모습에 비견되었습니다. 일례로 인간 관계에서 셈을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태도를 상대방에게 열어 둘 것인가 아니면 닫아둘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행위라는 것입니다.
결국 무언가를 세어 보듯 셈하는 행위는 무언가에 집중하며 주어진 질문에 개방 혹은 폐쇄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자신의 삶에 과연 어떠한 셈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진정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 말씀에 몸과 마음을 집중하여, 여러분의 삶을 결정하는 태도를 활짝 열어 놓는 셈을 하고 있습니까? 확실치 않으시다면 먼저 받은 복을 세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무 대가 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한량없는 은혜의 셈법을 마주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우리 삶 곳곳에 보이지 않게 자리잡은 사랑과 축복이 얼마나 크고도 깊은 것인지 새삼 달리 바라다 보일 것입니다. 세상의 셈방식으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그 은혜가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기를 진정으로 소망해 봅니다.
글쓴이: 권혁인 목사, 버클리한인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3년 4월 29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