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으로 기억이 됩니다. 미국에서 6년을 살았어도 영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외국인이었기에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서 토플 성적이 필요해서 파사디나에 있던 영어학원에서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영어를 가르쳤던 선생님은 프랑스인이었고 학생들은 제각기 다른 인종의 학생들이었습니다. 제게 가장 취약했던 부분은 listening and comprehension(문장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이었습니다. 프랑스인 선생님은 제게 영어가 귀에 들어오도록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와주었습니다. 그 중에 한 가지 방법이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과 인근의 식당을 다니면서 식사를 하며 대화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음식을 주문하는 요령과 테이블 매너 그리고 후식을 주문하는 방법 등등 식당에서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음식을 주문한 후에 선생님은 주문할 때에 학생들의 발음과 문장력을 일일이 설명해주고 잘한 점, 실수한 점 등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런데 식당에서 영어로 음식을 주문하는 일보다도 더 힘들었던 것은 제각기 다른 식사 매너와 취향이었습니다. 프랑스인 선생님의 식사 시간은 '우~와' 밥 먹는 시간보다도 수다 떠는 시간이 훨씬 더 길어서 빨리 먹은 저는 선생님 식사하는 모습만 멀뚱히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고문시간이 되었습니다. 거기다가 늘 후식까지 챙기시는 습관에서 인내심을 함께 챙겨야 했습니다. 또한 중동 친구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친구는 뭐 자기 아버지가 인도네시아의 현역 장관이라고 하면서 고급식당을 선호하는 취향 때문에, 그리고 일본인 친구는 깔끔하고 깨끗한 식당을 찾는 통에 우리 그룹에 마땅한 식당을 찾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 당시 다녔던 영어학원에서 지금도 기억에 남은 것은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보다도 파사디나 인근의 식당을 찾아 다니며 손짓 발짓하며 음식을 주문하던 모습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각기 다른 취향이 그들의 민족성과 연관이 있음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교회가 바로 그런 장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수를 믿고 하나님 나라의 기쁨을 경험하기 위한 장소가 바로 교회입니다. 그런데 이 교회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인종은 아닐지라도 서로 다른 성격, 선호도, 취향 등등. 그래서 간혹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취향 때문에 때로는 상처받기도 하고 미워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서도 다 제각기 이지만 하나님의 뜻 안에서는 하나 될 수 있어야 합니다. 먼저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이든, 나중에 하는 사람이든, 성격이 다르든, 취향이 달라도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입고 이 교회 안에서 살아가는 신앙공동체의 일원입니다. 사도 바울의 말처럼 우리는 복음을 위하여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우리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이 복음이 땅끝까지 증거되는 사역을 위하여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포용력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글쓴이: 한진호 목사, 한사랑한인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3년 2월 26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