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오전에 양집사님께서 유방암 수술을 받을 예정이어서,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병원으로 가보니 이미 많은 성도들이 와 계셨습니다. 환자 보호자 대기실이 우리 교회 교우들로 가득 차서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 장면이 정말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집사님께서 그 동안 나누신 주의 사랑이 교우들의 눈빛을 통해 제게 비쳐졌던 것입니다. 누군가 내게 "언제 목회의 보람을 느끼냐?"고 묻는다면, 바로 이런 모습을 볼 때라고 주저하지 않고 말할 것입니다. 이렇게 성도님들 간에 나누는 사랑을 볼 때, 나는 '목사가 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목회의 보람을 크게 느껴집니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아버지가 쓰시던 말굽형 자석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자석은 자성이 무척 강해서 상당히 떨어져 있는 작은 쇠붙이를 끌어당길 정도였습니다. 나는 이 강력한 말굽자석에 매료되어서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혼자 있어야 할 때는 늘 그것을 가지고 나가서 이런저런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중 재미있었던 것은 쇳가루 놀이였습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습니다. 자석을 모래나 흙 속에 집어넣고 한 두 번 휘두른 후 꺼내면 눈에 보이지 않던 쇳가루들이 자석 몸통에 잔뜩 달라붙어 올라왔습니다. 그렇게 몇 번하고 나면 놀이하기에 충분한 쇳가루를 모을 수 있었습니다. 모아진 고운 쇳가루를 종이 위에 올려놓고 종이 밑으로 말굽자석을 가만히 가져가면, 쇳가루들은 기압이 잔뜩 들어간 사병처럼 일제히 자세를 곧추 세웠습니다. 자석놀이를 하는 동안 나는 쇳가루들에게 절대자가 되었습니다. 종이 위의 쇳가루들은 내 손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춤추듯 움직였던 것입니다. 어린 시절 나는 이 놀이를 하다가 가끔 머리털이 위로 치솟는 경험을 했습니다. 왠지 모를 짜릿한 맛이었습니다.
어느 날, 나는 단순히 쇠붙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작은 엽전이 자성을 갖게 된 것을 알고는 큰 발견이나 한 것처럼 친구들에게 자랑한 적이 있습니다. 그 내막은 이렇습니다. 우연히 길에서 주운 작은 엽전을 말굽자석을 넣어 둔 연장 통에 집어넣었다가 여러 날이 지난 후 꺼내, 무심히 조그만 압정에 대었더니 압정이 그 엽전에 찰싹 달라붙는 것이 아닌가! 그 엽전은 자성이 강한 말굽 자석에 붙어 있는 동안 말굽 자석의 영향을 받아 일시적으로 자성을 갖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 그 일이 수 십 년이 지난 후까지 또렷이 생각나는 걸 보면, 그 당시 그 사건은 내게 큰 감동을 주었던 사건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주님께는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만큼 강력한 '자성'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쇳가루 놀이를 할 때 경험한 '말굽자석'의 '폭력적 자성'과 대립되는 연장통에 있던 엽전을 통해 알게 된 '사랑의 자성'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사랑은 희생이 동반된 실제적인 것이었고 비이기적이며 한결같은 사랑이었습니다. 주님은 사랑의 화신으로 이 세상에 오셔서, 일관되게 사랑을 말씀하셨고, 죽기까지 사랑을 사셨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진정 주님 안에 사는 크리스천이라면 그 강력한 '자성'의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우리의 삶 속에도, 말굽자석과 가까이 했던 엽전에 자성이 나타났듯이, 주님께 영향 받은 '사랑의 자성'이 나타나야 한다는 말입니다.
내가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말굽자석은 모양이 특이해서 금방 자석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자석 중에는 겉모양만 보아서는 쇠붙이인지, 자석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작은 쇠붙이를 가까이 대보는 것입니다. 이처럼 오늘 날 우리는 수없이 많은 교인들을 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는 겉모양만 보아서는 크리스천인지 불신자인지 구별이 안 되는 사람들이 수두룩합니다. 한 통계에 의하면, 이민자들 중 약 70% 정도가 과거에 교회에 출석해 보았거나 현재 출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주위에는 소위 '크리스천들'이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 크리스천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얻기 위해서는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전이 받은 '자성'의 증거를 보일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난 화요일, 병원 심방을 할 때 마음이 참 좋았습니다. 그 곳에 모인 여러 성도님들을 통해 바로 이 그리스도의 자성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1시간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부터 찾아와 양집사님을 위로하고 가신 성도님들, 수술이 끝날 때까지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기도하신 성도님들, 수술 후 원기회복을 하라고 사랑이 담긴 음식을 준비하신 성도님들, 출근 시간에 쫓기면서도 얼굴을 보고 가려고 방문한 성도님들, 따뜻한 말로, 사랑의 손길로 함께 하신 여러 성도들에게서 이 자성이 강력히 발산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산 사람은 사랑을 합니다. 그 분의 사랑을 힘입어....
글쓴이: 이철구 목사, 남부플로리다한인연합감리교회 FL
올린날: 2013년 8월 29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