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 전에 둘째 아이가 18세가 되었습니다. 생일이 지난 다음 주에 저에게 와서는 자기를 어른 취급해달라고 정식(?)으로 요청을 했습니다. 자기는 이제 독립적인 존재라고, 엄연한 성인이라고... 옳다 꾸나 싶어서 저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기꺼이 너를 성인으로 대접해주마. 이제부터는 용돈도 네가 벌고, 차도 네가 해결해라. 밥과 잠자리는 봐주마. " 그 다음날부터 아이는 학교를 걸어 다녀야 했습니다. 한창 대학 지원을 하는 민감한 시기지만, 조금 더 좋은 대학에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생 레슨을 배우는 것이기에 냉정하게 성인 대접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누구 덕에 살아왔는지, 홀로 인생을 헤쳐가는 것이 얼마나 힘겹고 눈물겨운 일인지, 이번 참에 조금이라도 깨닫게 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어느덧 한 주간이 흘렀습니다. 아직까지 자존심을 세우느라 나름대로 버티고 있지만, 눈치를 보니 의기양양했던 아이의 어깨가 조금씩 쳐지는 것 같습니다.
조금 컸다고 부모 없이도 살 수 있을 것처럼 까불어대는 아이를 보면서, 거기에서 제 자신의 모습을 봅니다. 어린 시절, 조금 컸다고 부모님 앞에서 어른 행세를 하려고 했던 어리석은 제 모습도 떠오르고, 또한 때때로 하나님을 떠나 그분의 은총 없이도 제힘으로 살 수 있을 것처럼 방자했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육신적으로야 일정한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부모에게서 독립을 한다지만, 도대체 인간 중에서 어느 누가 감히 하나님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할 수 있을까요!
우리 집 아이를 보면서, 만해 한용운 님의 '복종'이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만, 나는 복종을 좋아하지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비록 그분이 말하는 '당신'은 나의 '님'과 다르지만, 님을 향한 복종의 마음은 같을 것입니다. 자신의 유한함을 깨닫는 일이 무한하신 하나님의 은혜와 연결되는 길임을, 자신의 무력함을 인정하는 것이 전능하신 하나님의 은총과 연결되는 것임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요.
비록 아이가 머지 않아 진짜 성인이 되어 부모의 품을 떠나겠지만, 평생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는 어린아이로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철저하게 그분의 은총을 머금고 살아가는 그분의 자녀임을 새삼 가슴에 새겨봅니다.
글쓴이: 이현호 목사, 새빛교회 VA
올린날: 2012년 10월 30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