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속해 있는 서부 오하이오연회는 일 년에 한 번씩 11월 초에 Legal Forum이라는 것을 여는데, 이 forum에서는 교회에서 우리가 간과해서 일어날 수 있는 법적인 문제들에 대해 교육하고, 그런 일들을 어떻게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지, 또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변호사와 법조계 인사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고 조언을 듣는 시간입니다.
저는 올해 처음으로 이 forum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강의에는 네 가지 주제를 하나씩 다루었는데 첫 번째로는 교회 홈페이지와 social media 사용 문제, 두 번째는 교회 건물 혹은 재산의 보험관계 문제, 세 번째로는 교회 안에서 총기소지에 대한 문제, 네 번째는 교회 안에서의 소송의 문제였습니다.
사실 강의는 너무 좋았고 유익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의를 듣는 내내 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슴 아픈 사실들을 알게 되어서 마음이 찹찹했습니다. 서부 오하이오에는 약 1,270개 정도의 교회가 있는데, 그 많은 개체 교회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가 바로 교회와 교인들 간의 법적인 분쟁이 생기거나 혹은 교회 안과 밖의 사람들에게 소송 당하는 일입니다. 교단 차원에서 이렇게 중요하게 법적인 문제들을 일년에 한 번씩 개체 교회들에게 가르치고 훈련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교회에 소송을 걸거나 고소하는 사건들이 계속 눈에 띄게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사실 자체가 마음이 아팠습니다.
법적인 문제나 소송의 이유도 가지가지로, 예배 때 사용하는 음악 악보 사용이나 혹은 사진들을 홈페이지에 올려서 초상권 침해 같은 것으로 법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부터, 크게는 목회자나 성도들의 불미스러운 일, 특별히 요즘에 큰 이슈가 되는 child misconduct까지 케이스들도 다양했습니다.
특별히 연합감리교회는 다른 교단과 같이 congregational church가 아니라 connectional church이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개체교회에서 벌어지게 되면 개체교회만 소송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위 기관인 감리사, 혹은 감독까지도 소송을 당해 여려움을 겪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가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고 고소나 소송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는가를 교육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소송의 문제보다 더 마음에 찢어질 정도로 아팠던 주제는 바로 총기사용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저희 교회에는 아직 이런 사람들이 없는데, 미국 내에 총기 사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제는 교회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라는 생각이 교인들 사이에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교회가 좀 규모가 있는 곳들은 주일예배 중에 청원 경찰을 부르자고 제안하는 곳들도 많이 있고, 심지어는 어린이 행사를 할 때 부모들 중에 몇 명은 총기를 만약을 대비해 소지하는 것을 허락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곳이 점점 늘어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과연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교회는 기본적으로 armed free zone인데 이 안전의 문제와 함께 교회 안에서의 총기 소유 문제를 어떻게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지를 법조인들을 통해 자문을 듣고 교육해야 한다는 현실이 참으로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습니다. 아이들을 보호하고 교회가 안전지대가 되기 위해 교회 안에도 총을 소지한 사람들이 있어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 아이러니 같은 논리가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이 총기 사용의 문제는 교회가 교인들만 모이는 곳이 아니라 지역사회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교회 건물을 출입하고 사용하면서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교회가 세상에 문을 열면 열수록, 교회에 교회 밖의 사람들이 점점 많이 올수록 교회가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교회의 보험료가 점점 올라가고, 교회의 안전에 대한 위험도가 점점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 교회에 무료 식사를 하러 오는 사람들 중에 총기 사용자가 있을 수도 있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기 때문에 교회에 책임 맡은 몇 사람들이 총기를 소지하여 일어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그 논리는, 반대로 이런 일들 때문에 교회의 안전에도 문제가 될 뿐 아니라 동시에 소송에 걸릴 수도 있는 복잡한 문제가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세상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변화시킬 사명이 있음과 동시에 이 시대가 악해짐으로 교회 안팎으로 이 안전의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는 이 모순을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forum이 끝나고 돌아오면서 차에 함께 타고 갔던 교인이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데 왜 교회에는 늘 크고 작은 문제가 있는 것인가요?" 하고 말입니다. 그분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되었습니다. 교회는 서로 사랑하고 하나님 사랑을 세상에 전파하는데 쓸 에너지와 시간도 부족한데, 왜 교회는 복음과 상관없는 것과 같은 이런 크고 작은 문제들로 교회 안팎이 어려움을 당하고, 심지어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소송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안타까움이셨겠지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그 자리에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고 생각해봐도 그 이유는 매우 간단했습니다. 그건 우리 인간이 문제를 안고 사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믿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세상을 살면서 존재하는 우리의 죄성, 우리의 연약함이 있다는 것입니다. 로마서 3장의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선언이 떠오릅니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ellipsis;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로마서는 철저하고 지나칠 정도로 인간은 죄인이다, 철저한 죄인이어서 가능성이 없다라는 것을 반복적으로 선언하고 있습니다. 듣기 거북할 정도로 로마서가 집요하게 이 문제를 계속 반복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만나기 전에 누구인지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없이는 복음을 선물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간이 예수님 만나기 전에 철저한 하나님과 원수, 죄로 가능성 없었던 존재, 죽음을 향해 질주해가고 있는 존재였다는 것을 처절하게 고백하지 않는 한, 우리에게는 구원을 선물로 받을 수 없게 되고, 더 나아가 그리스도의 구원의 선물을 은혜로 받았다라는 철저한 "빚진 자의 의식"이 없이 살게 되는 것입니다.
이 세상을 사는 동안, 죽어서 천국을 가기 전까지 우리는 늘 부족하고 연약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이 세상에는 그리스도의 은혜를 모르고 그리스도를 닮기 거부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 이 세상을 살면서 이렇게 많은 법이 필요하고 지켜야 할 조항들이 많다는 것은, 수많은 소송으로 이곳 저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우리 인간이 문제 없이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네 다섯 사람이 모여 사는 가족, 서로 사랑한다고 믿고 사는 그 가족 안에는 문제가 하나도 없어야 할 것 같은데, 가까이 들여다 보면 어느 가족이던 크고 작은 문제들을 안고 사는 것을 보게 됩니다. 네 다섯이 모인 가족도 그런데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교회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함께 모여 사는데 그곳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성자들이 모인, 문제 없는 완벽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 아닌,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로 용서받은 죄인들(forgiven sinners)이 모이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하나도 발생하지 않는 교회 공동체를 꿈꾸는 것 자체가 인간이 무엇인지 모르는 일인 것입니다. 우리는 문제가 "왜" 자꾸 교회 안에 생기는가에 대해 실망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문제가 생기는 일을 인간이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왜"가 아닌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들을 줄이면서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문제들을 잘 해결해가면서 살 수 있을까에 집중해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런 의미로 연합감리교회 교단이 어찌 보면 더 솔직하고 진솔하게 이 문제들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교회가 완벽한 공동체가 아니고 문제가 없는 공동체가 아니라는 분명한 인정, 부족한 인간들이 모인 공동체이기 때문에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그 솔직한 태도. 그것이 바로 이런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특별히 법적인 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이런 legal forum같은 기회를 통해 미리 교육하고 가르치는 것이고 그런 일이 더욱 현명해 보이는 것은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듯 합니다.
문제들이 가득한 이 세상, 문제를 안고 사는 교회들을 보고 경험하면서 이 세상을, 교회를 비난하는 인생이 아니라 교회 안의 부족하고, 죄성이 아직도 꿈틀거리는 인간의 본질을 보게 됩니다. 우리가 악해서 그런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우리가 약해서도 그런 문제들이 생기는 것을 보면서 우리 교회는 "용서받은 죄인이 모인 공동체"라는 이 사실을 늘 기억하면서, 작은 소망을 담아 하나님께 기도해봅니다.
"주님! 교회 안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 상심하지 않고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주시고, 그 문제들을 주님의 은혜로 해결하는 기쁨을 맛보게 해주소서. 특히 미국 법은 잘 알지도 못하는데, 소송과 같은 법적인 문제는 지혜롭게 피하게 해주시고, 주님의 은혜 가운데 하루하루 감사의 목회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글쓴이: 정요셉 목사, Summerside UMC OH
올린날: 2013년 11월 8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