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여 사람이 무엇이관대 주께서 저를 알아주시며 인생이 무엇이관대 저를 생각하시나이까?"(시편 144:3)
여러분은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성장기를 거치면서 나이별로 '불쌍한 사람들'에 대한 개념이 조금씩 바뀌어 왔습니다. (1) 첫째로, 국민(초등)학교 시절에 '고아들'이 그렇게 불쌍해 보였습니다. 아버님이 목회하시던 곳이 워낙 '슬럼가'였던지라 빈곤층 사람들이 많았고 근처에 고아원이 두 군데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급 친구들의 2/3가 고아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늘 얇은 옷을 입고 춥고 배고파하는 모습도 안타까웠지만 무엇보다도 그 친구들에게는 나처럼 사랑으로 보살펴 주는 '부모'가 없다는 사실이 가장 불쌍해 보였습니다. (2) 그 다음, 중학교에 가서는 역시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불쌍해 보이더군요. 특별히 학교에 월사금을 갖고 오지 못하여 선생님한테 혼나는 아이들 보면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선생님들이 그렇게 꾸짖었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가정에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인데 그 가난한 친구들만을 나무랐는지? 아마도 선생님들도 학교에 올릴 학급 월사금 수거 실적 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3)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사랑하는 친족들이 질병을 앓고 끝내는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가난보다 더 무서운 것이 '질병과 죽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난도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고 자수성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건강을 잃으면 부자든 가난하든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4) 그 이후 청년시절을 지내면서 이 세상이 잘못 돌아가는 것(군사독재, 사회부정의, 빈부격차 불평등한 세상)을 한탄하며 이를 고칠 각오와 마음이 없는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울분을 토했습니다. 가난도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고 건강의 문제도 관리를 잘하면 되며, 죽음의 문제야 결국 '모든' 사람 들이 어차피 거쳐야 하는 '평등'한 경험이니 세상을 먼저 떠나는 사람들이라고 뭐 특별히 불쌍히 여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영생을 믿는 우리가 이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믿음'도 이런 생각의 정리를 도왔습니다.
그런데 (5) 90년대 말부터 목회를 하면서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하여 그 대답이 완전히 180도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저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지요. 내가 불쌍한 이유는 부모가 없거나 가난해서도 아니고, 건강하지 못하거나 세상을 보는 눈(사상)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내가 세상의 모든 조건을 다 갖추었다 할지라도 '나'의 진정한 모습, 특별히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안타까운 '나'의 모습을 바라보지 못한다면 그 것이야 말로 가장 불쌍한 인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나를 지으신이가 하나님이시고 나를 가장 잘 아시는 이가 하나님이신데 정작 하나님 안에서 '나'의 현재 모습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본 모습을 잃어 버린 삶인 것이기에 '나'가 가장 부끄러운 것이지요.
사람이란 '살아가면서 앎'(살다+알다)을 얻는 존재(사람=삶+앎)라 합니다. 살아가면서 도대체 무엇을 알아가야 한다는 것일까요?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하고 다른 사람이 어쩌니 저쩌니 하고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아는 것입니다. 나는 누구인지? 나는 이 땅에 무엇을 위하여 존재하고 있는지?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만일, 내가 이런 '나'에 대하여 모른다면 나의 삶은 아직 '앎'에 이르지 못한 것이요 그렇다면 이는 건강하지 못한 삶, 부끄러운 삶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우리 자신을 잘 알 수 있을까요? 스스로의 얼굴도 (거울 없이는) 볼 수 없는 존재인데... 그것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으로만" 가능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때에 우리는 우리 인생 모습을 읽게 되며 '나'의 참모습을 발견 합니다. 예수님 - 하나님께서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시고 완성시키시려 보내신 하나님의 아들 - 그가 '나'를 보이시고 완성시킵니다. 우리가 말씀을 읽을 때에 부족한 '나'를 바라보시며 사랑하사는 하나님을 발견합니다.(시 144:3) 신앙은 이렇게 하나님의 영으로 인도함을 받아 하나님이 원하시는 '나'로 바뀌어지는 경험입니다. 우리 모두 세상을 바라보던 '불쌍한' 자화상을 떼어 버리고 주님을 닮아 참되고 '아름다운' 하나님의 형상을 '나'의 그릇에 담아가는 진정한 축복 누립시다. 샬롬!
글쓴이: 황헌영 목사, 남부시카고한인연합감리교회 IL
올린날: 2013년 6월 3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