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약한 사람이 강한 사람을 섬기는 것을 "사대"(事大)라고 합니다. "사대"는 약자가 강자를 대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지혜로운 생존 전략이기도 하고, 강자에게서 배우고자 하는 겸손한 정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대"가 선택적인 정책의 수준을 뛰어 넘어서 고정적인 "사상"이나 "정신"으로 정착하게 되면, 한 개인이나 국가의 정체성 전체가 흔들리는 위험한 사태를 낳게 됩니다. 오직 생존만을 위해서 힘있는 사람이나 국가에게 아부하고 아첨하다 보면, 자기를 망각한 초라하고 비굴한 모습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역사적으로 약소국가였던 한국은 오랜 기간 동안 주변의 강대국에게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는 "사대주의 정책"을 취했습니다. 그 결과,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강자는 무조건 옳고, 의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대주의 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대"와는 반대로 힘이 센 사람이 오히려 약한 사람을 섬기는 것을 "사소"(事小)라고 합니다. 비논리적이기는 하지만, 그럴 수만 있다면, 그것은 훌륭한 일을 넘어 "위대한 일"입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미국을 위대하다고 하는 이유는 미국이 초 강력의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힘으로 세계의 평화(Pax Americana)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강대국을 견제하고, 약소국을 섬길 줄 아는 자세가 미국을 미국 되게 하는 힘입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현인이었던 맹자는 "대국의 입장에서 소국을 섬기는 자는 하늘을 즐거워하는 자이고, 소국의 입장에서 대국을 섬기는 자는 하늘을 두려워하는 자이다. 하늘을 즐거워하는 자는 천하를 보전하고, 하늘을 두려워하는 자는 자기 나라를 보전한다"고 말을 했습니다. "사대주의"가 실리를 추구하는 지혜라면, "사소주의"는 하늘의 뜻을 실현하는 위대한 정신임을 설명한 것입니다.
기독교는 "사소주의"(事小主義)를 강조합니다. 강자가 약자를 섬기고, 지혜로운 자가 우둔한 자를 도우며, 원수라도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 기독교의 기본 정신입니다. 이것은 위대한 삶의 원리입니다. 예수님은 항상 약자들을 사랑하셨습니다. 정치적으로 억눌리고, 사회적으로 유린당하고, 종교적으로 갈취 당하는 억울한 서민들의 편에 서서, 율법을 재해석하시고, 논리를 전개해 나아가셨습니다. 과부와 고아들에게 늘 관심을 가지셨고, 여러 가지 장애와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구원하셨습니다. 미친 사람에게는 제 정신을 찾아 주시고, 희망이 없는 미래를 가진 "창기나 세리들"에게도 인생을 활짝 열어 주셨습니다. 그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셨고, 온 우주를 지배할 수 있는 강자셨지만, 스스로 자기를 비워 종의 형상을 입으시고, 이 땅에 오셔서 죽기까지 약자들을 섬기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라는 두 글자는 언제나 위대합니다. "사소"(事小)의 정신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예수님의 제자들입니다. 이 제자도(弟子道)의 깊은 의미를 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글쓴이: 김세환 목사, LA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3년 11월 1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