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아 주는 것이 용서인가?

기독교인들 중에 용서하라는 마음의 명령을 받지만 실제로 용서할 수 없어서 괴로워하는 분들이 있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고통을 당하시면서도 자기에게 죽음의 고통을 안겨준 사람들을 향해 용서의 말씀을 하시는 것을 읽게 된다. "하나님, 저들을 용서해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뭘 하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또 몇 번을 용서해야 하냐고 묻는 베드로에게, 일곱 번이면 충분히 용서하는 거냐고 묻는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끊임없이 용서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성경을 아는 사람은 마음에 용서의 명령을 받는 상황에서 갈등한다. 예수님은 용서하라고 하고 나는 용서할 수 없고 어떻게 해야 하나...

용서의 문제로 마음에 갈등을 겪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적절한 처벌과 보상 없이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 충분히 벌을 받지 않았고 나에게 충분히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그걸 없던 일처럼 넘어가냐는 것이다. 아무리 예수님의 명령이라고 하더라도...

그런데 이렇게 용서와 처벌/보상의 문제를 일괄적으로 연계하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을 오해하는 것이다. 엄격한 의미에서 용서는 외형적인 처벌/보상과는 별 상관이 없다. 우리가 보통 이해하기로는 죄의 값을 치르게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면 용서한 것이고 또 손해 본 것을 눈감아 주면 그것이 용서라고 생각하지만, 성경에서는 처벌을 하면서도 용서가 가능하고 또 처벌을 하지 않으면서도 용서가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좋은 예가 민수기 12장에 나오는 미리암과 아론의 예이다. 모세의 누나와 형이 모세의 권위에 도전하였다. "하나님이 모세 너를 통해서만 말씀했냐? 우리를 통해서도 말씀하시지 않았냐? 그런데 너는 어째서 우리들 위에 군림하는 거냐?" 이때 하나님이 진노하셨다. 하나님은 실제로 모세를 그들의 지도자로 세워주셨는데 그들이 이걸 알면서도 하나님이 주신 권위에 도전하였기 때문에 하나님이 진노하셨다. 그 결과 미리암이 문둥병이 들어서 피부가 하얗게 변했다. 이때 아론과 미리암은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즉시 회개하였고 모세도 이들을 불쌍히 여겨 하나님께 용서해달라고 기도를 올렸다. 물론 하나님은 이들을 용서해주셨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하나님이 그들을 용서해주셨는데 이상하게도 미리암의 문둥병이 그 즉시로 치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적어도 일주일 동안 진 밖에서 문둥병이 걸린 채로 고생하다가 그 다음에 하나님이 치료해주실 때 미리암이 원래의 자리로 회복된 것이다.

여기에 보면 하나님이 미리암의 죄를 용서해주셨지만 그렇다고 처벌을 중지하지는 않으신 것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처벌도 하나님이 베푸시는 용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용서의 목적이 무엇인가? 사랑이 그 목적이 아닌가? 궁극적으로 용서를 통해 사람을 살리고, 더 나아가 공동체에게 유익을 주고 상처를 회복시키는 것이 용서의 목적이 아닌가? 따라서 잘못을 용서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개인과 공동체를 살리려는 목적으로 처벌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처벌을 안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일 처벌을 받아야 할 개인이 진심으로 회개를 하는 경우에도, 그가 피해를 입힌 이웃이나 공동체가 아직 상처를 치유 받기에 시기상조라면, 그래서 처벌이 필요하다면, 용서는 하지만 처벌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이런 경우에 용서를 한다고 하면서 처벌과 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그건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용서하는 줄 착각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잘못을 무작정 눈감아 주는 것은 용서가 아니다. 처벌과 보상이 없어야 용서하는 것이라는 논리는 성경적이지 못하다. 용서는 겉으로 보이는 행위가 아니라 더 이상 원한을 품지 않는 마음의 평화이고, 처벌/보상의 면제가 아니라 그 사람을 살리는 사랑의 선택인 것이다. 따라서 예수님의 명령으로 누군가를 용서하려고 할 때 우선 사랑의 원칙을 생각하자. 처벌과 보상을 요구해야 상대방에게 유익이 된다면 그것을 요구하는 것이 참 용서이고, 처벌과 보상을 면제해주는 것이 그 사람에게 유익이 된다면 그것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참 용서인 것이다.

글쓴이: 홍삼열 목사, 산타클라라한인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2년 8월 13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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