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이라, 생각해 본다. 산이나 바다를 향하여 달려가고 싶은 계절이다. 자동차나 비행기가 아니라도 좋다.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넓은 들판을 달려 보고 싶다. 이왕이면 매일 다니는 길이 아니라, 낯선 길, 똑바로 펴진 도로보다는 구부러지고, 올라가고 내려가는 길, 농장이나 목장이 있는 시골 길이라면 더 좋을 것 같다. 일터는 물론 집을 훌쩍 떠나보고 싶은 계절이다. 빠듯한 살림에 푼푼이 모은 게 없어도 좋다. 우선 카드를 긁더라도 여름철 한 번쯤이야 어떠랴.
단 하루라도 느긋한 마음을 위해 달력을 들춰본다. 5월 마지막 주, 메모리얼 데이는 공공시설의 실외 수영장이 열리는 날이다. 즉 휴가철이 시작되는 것 같다. 7월에는 미국독립기념일, 그리고 8월 한 달 땀을 흘리게 된다. 9월 첫 주 노동절이 되면 실외 수영장이 닫히면서, 여름내 흘린 땀을 씻어내면 휴가철이 끝난다. 휴일에 인파 속에 묻히는 휴가가 제 맛이기도 하지만. 공휴일이 아니라, 어느 날이라도 시간을 내면 좋을 것 같다. 달력을 다시 한 번 살펴보니, 미국의 공휴일 만 보이는 게 아니라 한국에 기념일들이 보인다. "아아! 어찌 잊으랴!" 노래 부르던 6.25. 6월 마지막 주에서 7월이 다가 온다.
일전에 한국 뉴스를 보니 <고교생 69%="" '한국전쟁은="" 북침'&ellipsis;무너지는="" 우리="" 청소년="" 역사인식="">이다. 새삼스레 떠오르는 생각이다. 미국에 살아도 미국의 공휴일 보다는 한국의 기념일들을 생각하는 세대지만, 나의 자녀는 이해도 못할 한국의 기념일들 인데... 문득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던 모세가 생각난다.
<옛날을 기억하라.="" remember="" the="" days="" of="" old.="">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 consider="" the="" generation="" long="" past.="">
<네 아비에게="" 물으라.="" ask="" your="" father.="">(신명기 32:7).
- 민족의 지도자 모세가 120세에 40여 년 광야생활을 마무리하면서
- 광야에서 출생하여 출애굽을 경험하지 않은 이스라엘의 2세들에게
- 요단 건너편에 새로운 가나안 땅을 바라보면서 언약을 갱신한 말씀이다.
오늘 우리 이민생활은 물론 한국과 이스라엘/유대역사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 역사적인 시간과 지리적인 조건은 물론 상황도 다른데... 반문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어리석게 숫자를 비교하는 것 같지만, 역사적인 교훈이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남한 땅에 1/10이 되는 이스라엘은 전라도 땅이나 경상북도 면적이다.
- 남한 땅의 면적은 미국에 1/100이며, 이스라엘은 1/1,000의 면적이다.
- 남한은 인구는 5천만, 미국에 250만, 전 세계에 500만 명 정도라고 한다.
- 그러나 이스라엘의 인구는 7백만, 미국에 5백만, 전 세계에 3백만 명이 된다.
우리나라도 땅덩어리가 작다고 하지만, 우리보다 땅도 작고, 인구도 적은 유대인들이지만 미국을 비롯하여 온 세계를 주름 잡고 있다. 정치경제, 문화예술 그리고 과학 외에 여러 분야에서 손가락 꼽히는 인물을 헤아릴 수 없다. 그 영향력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며, 그 비결이 어디 있을까?
-자녀와 함께 쇼핑하고, 음식을 만들고, 똑같은 음식을 먹는다. -자녀와 함께 대화하고, 집 안을 청소하고, 회당에서 성경을 읽고 예배 드린다. -자녀와 함께 눈물을 흘리고, 웃으며 기뻐하다 보니, 세대차이가 없다고 한다.
혹, 우리네 가족들은 어떤가? 가족은 물론 어디서나 모이면 할아버지 할머니는 된장찌개, 젊은 부모는 비빔밥, 아이들은 햄버거나 피자를 즐기는 것 같다. 제각각, 스마트 폰이나 아이패드를 손에 잡다 보면 세대 간의 소통은 물론 관계만 더 멀어지는 게 아닐까.
여름철이라 생각해 본다.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궁리도 좋지만. 약속의 땅을 바라보면서 모압 평지의 모세가 있었기에 오늘의 이스라엘이 있듯이, 우리도 가족들이 어디서 어떻게 모이더라도, 우리의 뿌리와 민족의 얼, 아름다운 풍습을 통한 한류를 생각해 보고 싶다.
첫 번째 '기억하자(Remember) 6.25'
영원히 잊을 수 없는 6.25 한국전쟁. 어린 나이지만, 부모님을 따라, 6.25와 1.4 후퇴 때 피난 길이 기억이 생생하다. 동족상잔으로 300만 명의 희생된 죽음. 1천만의 이산가족의 아픔. 더욱이 한국 땅에 목숨을 바친 5만 4천여 명의 미국군인, 수많은 전쟁미망인과 고아들에게 새 삶의 그루터기가 된 이민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비극의 눈물은 말라서도 안 되며, 민족의 핏줄 속에 영원히 흐르고 있음을 기억해야 하리라.
두 번째 '생각하자(Consider) 7.17 제헌절'
해방 된 지 3년 뒤, 헌법을 제정하여, 민주국가임을 세계에 공포한 날. 나라의 발전과 개인의 인권이 보호받을 수 있는 울타리가 곧 나라의 법을 만든 날을 생각하자. 모세의 율법은 613개였다(365일 하지 말 것 + 그러나 248개 관절을 움직여라). 하지만, 바로 생각해야 할 일은 예수님은 불완전한 율법을 없애기 위함이 아니라, 율법의 완성을 위해 오심이다.
세 번째 '물어보자(Ask) 8.15 광복절'
광복세대인 나도 어느덧 70대가 되는 것 같다. 우리 국토와 주권을 일본에게 완전히 빼앗기고 식민지 생활로 36년간 고난. 삼일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으로 마침내 자유를 찾게 한 어르신들에게 물어 보고 배우고 싶은 그 경험들이 있지 않을까? 인간의 진정한 자유와 해방은 무엇인가? 은혜의 해를 선포하시기 위해 오신 예수를 통해서 이미 참 자유와 영원한 해방이 약속되지 않았는가?
여름철에 잠시 휴가를 누리는 것도 좋지만, 더욱이 우리에게는 한국의 기념일에 참 뜻을 배우고 가치 있게 보내야 되리라 생각한다. 언제 어디 있어도, 여름철이 되면 한 번쯤은 온 가족이 모여 외치고 싶다. "기억하자 6.25, 생각하자 제헌절. 물어보자 광복절."
글쓴이: 함종택 목사, 은퇴목사 NC
올린날: 2013년 6월 24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