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와 양보

2차 대전의 영웅인 영국의 윈스턴 처칠 경이 옥스포대학교 졸업식 축사로 한 짧은 한 마디, "You, never give up, 젊은이여,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는 그 후 영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히 절망과 좌절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고 용기를 준 명언입니다. 아마 여러분들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 처칠의 말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지난 주간에 우리 교회가 속한 연합감리교회에서 4년마다 개최되는 지역총회(Jurisdictional Conference)가 열렸습니다. 교단 최고 의결기관인 총회(General Conference) 산하 모든 연회는 5개 지역으로 나눈 지역총회에 속하는데 지역총회에서는 각 지역에 맞는 선교 정책과 산하 각 연회간의 연합 사역을 주도하는데, 이 지역총회의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가 감독(Bishop)을 선출하는 것입니다. 감독은 각 연회의 행정/목회 책임자로 연회에서 사역하지만 해당 연회에서 선출하지 않고 지역총회에서 선출하고, 선출된 감독들을 사역할 연회에 파송하는 것도 지역총회에서 하는 일입니다.

감독은 각 지역총회마다 해당 년도에 은퇴하는 감독의 수만큼 새로운 감독을 선출하는데, 해당 지역총회 산하 연회의 정회원(Elder) 목사라면 누구나가 입후보를 할 수 있는데 자기가 속한 연회의 추천을 받든지, 아니면 자천으로 입후보 할 수 있습니다. 감독으로 선출되려면 지역총회 회원(각 연회 대표자) 투표자의 2/3를 득표해야 선출될 수 있는데, 각 연회마다 자기 연회에서 추천한 대표들과 또 여러 기관의 추천을 받거나 자천한 후보자들이 많기 때문에 투표자의 2/3를 득표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천한 후보들은 물론이고 각 연회마다 자기들이 추천한 후보자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지지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3-4일간 일정으로 모이는 지역총회 대부분의 시간이 감독 선거에 사용됩니다.

후보자에 따라 다른 후보자들보다 월등한 지지를 얻어 일찌감치 감독으로 선출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그런 경우보다는 대개 비슷한 지지율을 가진 후보자들이 경합을 하기 때문에 만약 후보자를 지지하는 이들이 자기가 투표하는 것을 그대로 고수하면 선거는 투표하는 횟수만 많아질 뿐, 좀처럼 감독을 선출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왜냐하면 후보자라고 하면 누구나가 감독으로 선출되기를 바라고 또 그들을 지지하는 이들도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자가 가장 적합한 후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치른 감독 선거를 보면 감독 선거 때문에 지역총회가 정한 일정을 초과하면서 투표를 한 예는 거의 없고 모두가 정한 일정이나 또는 그 이전에 감독들을 선출합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후보자들 중에 투표를 해나가면서 자기 스스로 자신의 입후보 자격을 철회(withdraw)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렇게 후보 철회를 하는 것도 자기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철회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 자기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있을 때 철회를 합니다.

이번에도 어느 지역총회 선거를 보니 투표과정에서 7명의 꽤 많은 표를 얻은 후보자들이 자신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다른 후보들을 위해 중도에서 자신의 후보 철회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실 후보 철회를 하면 결과론적으로는 그 선거에서 낙선을 하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중도에서 포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후보들은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표가 자기보다 월등하게 앞서가도 절대로 후보 철회를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포기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를 보면서 '철회'란 '포기'가 아니라 '양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자기보다 표를 많이 얻는 후보가 있어도 철회하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가 선출되는 이보다 자기보다 표를 많이 얻은 후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후보 자격을 철회하는 이들을 보면서 '저건 포기가 아니라 양보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렇게 철회하는 이들이 오히려 더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만약 후보자 모두가 절대로 자기는 포기할 수 없다고 후보 철회를 하지 않았다면, 만약 자기보다 표를 많이 얻은 다른 이들을 위해 중도에서 철회하는 이들이 없었다면 과연 그 선거가 아름답게 마무리 될 수 있었을까 싶은 마음에 "아, 철회는 포기가 아니라 양보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거의 결과만 놓고 보면 철회하지 않고 당선된 이는 승리자이고, 반대로 철회한 이는 패배자로 보이겠지만, 그러나 철회한 이들의 그 양보가 없었다면 누구도 선출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면, 적지 않은 지지표를 얻고도 다른 후보를 위해 철회한 이들이야 말로 승리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처칠의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다시 새겨봅니다. 모두가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처절한 경쟁만이 있을 뿐인데, 그래도 내가 아니래도 된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철회하는 이들이 있어 이 세상은 그 역사를 아름답게 이어가지 싶습니다.

글쓴이: 이승우 목사, 워싱톤감리교회 MD
올린날: 2012년 7월 24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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