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어린 시절 고향 교회의 추수감사주일을 생각하면 소달구지에 쌀 가마를 가득 채우고 얼굴 가득히 환한 감사를 담고 교회에 오시던 김걸 장로님이 떠오릅니다. 1960년대 우리나라는 살기 어려웠습니다. 북한보다 가난했고 필리핀보다 가난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이기에 그냥 아름다운 것이겠지만 교회에 가면 항상 사랑의 넉넉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의정부중앙감리교회 담임목사님은 강신재 목사님이셨는데 몸이 약하셨기 때문에 교회에서 염소를 키워 염소 젓을 항상 드셨습니다. 나는 그 염소젓이 그렇게 먹고 싶어서 목사님 염소 젓 드실 시간만 되면 목사님 사택 주변을 뱅뱅돌았습니다. 사택이라고 하지만 담이 높은 것도 아니니 목사님은 드시던 염소 젓을 남겨두시고는 저를 부르셔서 마시도록 하셨습니다. 우리집이 가난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 당시는 나라 전체가 먹을 것이 부족했기 때문에 어린 우리들의 관심은 흰쌀밥 실컷 먹는 것이고 우유라는 것은 구경하기 어려운 시절이니 따뜻한 염소 젓 한 모금 마시는 것이 그리도 좋았습니다.
제가 가끔 생각하는 것은 우리 목사님 자녀들이었습니다. 내가 자기들 아버지 드시던 것 먹고 싶어서 집 주변을 뱅뱅 돌 때 나를 미워하지 않고 "정호야! 아버지가 너 들어오라고 하신다." 하면서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제 친구 석대는 의사가 되었고 훗날 강목사님이 서울에서 개척하신 월곡교회 장로로 교회를 잘 섬기고 있습니다. 지금도 저의 어린시절 시골교회 친구들 생각하면 신기한 것이 모두 다 잘 되었다는 것입니다. 참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교회에서 사랑 받고 자라난 우리들의 오늘을 보면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 크기만 합니다.
10여 년 전 우리 교회 견신학습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흑인교회를 다녀오더니 두 가지를 제게 질문합니다. 첫째는 왜 나는 흑인교회 목사님처럼 신나게 노래를 잘 못부르는 것이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교회는 헌금시간이 되면 목사가 앞에 나와 큰소리로 "It's offering time!"(헌금 드리는 시간입니다!) 외치니 온 교인들이 박수치고 춤을 추면서 제단 앞으로 나와 헌금을 드리더라는 것입니다. 헌금시간이 왜 그리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냐는 질문이었습니다. 흑인 노예들의 신앙 전통 가운데 주일이 되면 가장 좋은 옷을 입고 헌금을 준비하고 교회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평일에는 노예로 살지만 주일이 되면 하나님의 자녀로 예배 드리러 가면서 하나님께 예물을 드릴 수 있다는 것을 큰 자랑과 영광으로 여긴 것입니다. 달걀 하나라도 옥수수 한 개라도 하나님께 드릴 수 있다는 그 자체가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특권으로 여긴 것입니다.
20여 년 전 캐나다 경기가 아주 나쁠 때 토론토연합교회 이상철 목사님이 설교를 하시면서 교인들에게 살기 어려운 분들 헌금 내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고 교회가 어려운 교인들에게 헌금을 돌려드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 설교가 문제가 되어 논란이 많았었습니다. 저는 이상철 목사님 마음을 이해합니다. 요즘 저도 어려운 교인들을 생각하면 가끔 그런 마음일 때가 많습니다.
우리 교회 목회를 돌이켜 보면 큰 건축을 두 번씩 하면서 헌금에 대한 제 설교가 촛점을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려운 때 건축을 하면서 교인들이 힘들게 헌금 드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헌금에 대해 교인들에게 말씀을 드릴 때 미안한 마음을 가질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느 분에게 그런 제 마음을 이야기했더니 저를 책망합니다. 그런 생각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성경에 보면 가난한 과부들이 드린 것들로 인해 하나님의 기적이 이루어지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어찌 그리 믿음 없는 소리를 목사가 하느냐고 하더군요. 그리고 헌금은 본질적으로 하나님 백성들의 의무 이전에 특권인데 저에게 너무 인간적인 생각으로 목회하지 말라고 합니다.
어머니는 우리 아이들 자랄 때 주일 아침 헌금을 항상 다리미로 다림질하여 주셨습니다. 백 수십 년 전 하와이로 이민 왔던 우리 이민 선조들은 항상 교회 헌금과 독립기금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하와이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가 백 주년을 맞이하면서 교회 건축을 아주 잘했는데 평생 매주일 $1씩 헌금하던 교인이 백만 불을 건축헌금으로 냈다고 합니다. 김웅민 목사님이 찾아가서 이유를 알아보니 그분은 어린시절 부모님이 일주일 내내 파인애플 농장에서 고생하면서도 주일 아침 깨끗한 옷을 입고 헌금 $1을 정성스럽게 준비해서 헌금하는 것을 보면서 헌금을 준비할 때 부모님의 모습이 너무도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얼굴이었음을 기억했다고 합니다. 물론 그 옛날 $1은 큰 금액이었지만 $1을 드리면서 행복했던 부모님을 생각하며 자기도 평생 그리했다는 것입니다. 그분에게는 $1이 돈의 액수가 아니라 부모님들에 대한 사랑과 존경 그 자체이었던 것입니다.
오래 전 아프리카 선교지를 방문했을 때 주일 아침 예배가 시작 되기 전 교인들이 교회 마당에서부터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참이나 노래를 부르더니 어린아이가 손에 옥수수 한 개를 들고 앞에 서고 어른들이 그 아이의 뒤를 따르는데 모두 손에 헌물로 드릴 것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달걀 하나, 호박 하나... 그리고 어떤 사람은 닭 한마리를 들고 왔습니다. 예배를 드리기 전 먼저 예물을 노래 부르며 감사의 마음으로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큰 감동이었습니다.
성경은 기쁜 마음으로 그리고 자원하는 마음으로 드리는 헌금을 하나님이 기뻐 받으신다고 했습니다. 오는 주일은 추수감사주일입니다. 춤추며 노래하며 하나님께 감사의 예물을 드릴 수 있기를 빕니다.
글쓴이: 김정호 목사, 아틀란타한인교회 GA
올린날: 2013년 11월 19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