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도 있고,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철학자의 말도 있다. 성경에서는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쟁반에 금 사과니라"(잠언25:11)고 한다. 무심코 내뱉는 말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말은 생각에서 나오며 생각은 나의 사고방식으로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가를 말해준다. 한 예로 이성계와 무학대사의 대화에서 그 일면을 볼 수 있다. 함흥차사로 자신을 회유하기 위해 찾아온 무학대사에게 이성계는 "스님은 어찌 그리 돼지처럼 생겼소?"라면서 불편함을 말하였던 것이다. 그러자 무학대사는 이렇게 대답을 한다. "어찌 소승을 보고 돼지라 하십니까? 전하께서 돼지라고 생각하시기에 돼지로 보이는 것이지요." 그럴 것이다. 안 좋게 생각하기에 안 좋게 보이는 것이고, 그렇기에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지난 해 한국의 한 방송국에서는 한글날을 맞아 '말의 힘'에 대하여 실험을 한 후, '말의 힘-"고맙습니다"와 "짜증나"의 비밀'을 방영하였다. 아나운서는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 속에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라면서 그 내용을 소개한다. 잘 지은 쌀밥을 작은 두 병에 담은 후에 하나에는 '고맙습니다.'라고 써서 붙였고, 또 하나에는 '짜증나'라고 써서 붙였다. 그리고 직원 다섯 명에게 나누어주면서 한 달 동안 병에 쓰인 대로 하나에는 좋은 말을, 또 하나에는 짜증의 말을 하게 하였다. 그리고 한 달 후에 모두를 수거하여 검사하였다. 그랬더니 '고맙습니다.' 병에는 하얗고 뽀얀 곰팡이가 생기고 구수한 냄새가 난 반면에, '짜증나' 병의 밥은 썩어 있었다. 한 사람에게만 그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심지어 사람의 말이 아닌 헤드폰으로 들려준 병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아나운서는 이렇게 멘트를 한다. "이것이 밥풀이 아니고 가족이나 친구나 직장 동료였다면 어땠을까요?" 이처럼 말은 단순한 소리의 전달만이 아니라 어떤 파장과 어떤 에너지가 함께 전해지는 것이다.
홀로 애기를 키우는 여인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돈 10,000원을 들고 동네 구멍가게로 분유를 사러 갔다. 분유 한 통을 들고 계산대로 가니 주인이 16,000원이라고 한다. 애기엄마는 힘없이 돌아섰고, 가게 주인은 분유 통을 제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분유 통을 슬며시 떨어뜨리고는 애기엄마를 불러 '찌그러진 분유는 반값인데...' 라고 말한다. 주인은 애기엄마가 내놓은 10,000원을 받고 분유통과 함께 거스름 돈 2,000원을 건네주는 것이었다.
가난한 학생이었던 마틴(Martin)은 작은 도시에 있는 한 대학에서 입학 허가서를 받았다. 그는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일자리를 찾아 나섰고, 공장의 현장감독의 배려로 일을 하게 되었다. 점심시간에 인부들은 나무 밑에 둘러앉아서 점심을 먹었지만, 형편이 어려운 마틴은 굶어야 했다. 다음 날 점심시간에 현장감독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젠장, 이놈의 마누라가 나를 코끼리로 아나? 이렇게 많은 걸 어떻게 다 먹으라고 싸준 거야? 이봐, 이 샌드위치와 케이크 좀 먹어 줄 사람 없어?"
그리하여 마틴은 매일같이 감독이 싸온 점심을 함께 나누게 되었다. 봉급 날이 되어 마틴은 급료를 받고 나오면서 경리 직원에게 "감독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십시오. 그리고 감독님 부인의 샌드위치는 정말 맛이 있었다고 전해 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러자 경리 직원은 놀란 눈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부인이라니요? 감독님 부인은 5년 전에 돌아가셨는데요. 감독님은 혼자 삽니다."
말, 배려하는 말에서 따뜻한 천국을 본다.
글쓴이: 이선영 목사, 덴버연합감리교회 CO
올린날: 2013년 1월 31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