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바위를 뛰어 넘는 교회

구 한말 부패한 권력에 맞서 싸웠던 민초들의 이야기를 그린 최명희 작가의 <혼불>에는 달걀과 관련한 매우 의미있는 글이 등장한다.

달걀은 깨어나 바위를 넘는다.
눈멀고 귀먹어 민둥하니 낯바닥 봉창이 된 달걀 껍데기 한 겹,
그까짓 것 어느 귀퉁이 모서리에 톡 때리면,
그만 좌르르 속이 쏟아져 버리는 알 하나,
그것이 바위를 부수겠다 온몸을 던져 치면 세상이 웃을 것이다.
하지만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것이요,
달걀은 아무리 약해도 산 것이니,
바위는 부서져 모래가 되지만,
달걀은 깨어나 바위를 넘는다.

소위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이 있는데, 아무리 달걀로 바위를 친다 해도 바위가 꿈쩍할 리가 없고, 깨지는 것은 역시 달걀이다. 그런데 작가는 그 달걀이 생명을 지니게 되면 죽은 바위를 타고 넘을 것이라고 노래한다. 오늘은 1517년 거대한 부패 조직이었던 카톨릭교회에 맞서 프로테스탄트 운동을 벌였던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날이다. 정확히 496년 전 비텐베르크대학의 성당에 95개조 반박문을 붙인 루터야말로 실은 그 거대한 조직과 비호세력 앞에 한낱 얇은 껍질에 쌓인 달걀 한 알에 불과했다.

그러나 소위 '다섯 솔라'의 깃발을 내걸고 시작했던 종교개혁은 결국 그 죽은 바위와도 같았던 카톨릭교회에 당당히 맞서기 시작했다.

1)Sola Scriptura(오직 성경)
2)Solus Christus(오직 그리스도)
3)Sola Gratia(오직 은혜)
4)Sola Fide(오직 믿음)
5)Soli Deo Gloria(오직 하나님께 영광)

바위와도 같은 단단한 껍질 속에 묻혀 있던 이 생명의 교리들이 다시 세상에 빛을 보기 시작했다. 마치 약 2,000년 전 예루살렘 성전에서 막강한 권력과 기득권을 누렸던 종교지도자들이 예수를 죽였지만, 그들이 바위로 가두었던 그 예수의 생명 그 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던 것과 비슷하다. 죽은 바위로는 살아계신 예수를 결코 가두어둘 수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정확히 496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다. 죽은 바위와도 같았던 당시 교회는 '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생명의 진리를 품었던 소수의 사람들을 결코 막을 수 없었다.

작금에 이르러 미국을 비롯하여 조국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회들의 행태들은 더 이상 프로테스탄트로서 살아있기보다는 죽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인 것 같다. 프로테스탄트로 시작했던 개신교는 더 이상 이전 선배들의 이름에 어울린다고 보기에 어려울 정도로 과거 중세 교회의 추악한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회에 모이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건 적건 더 이상 생명의 역사가 아닌 그 반대의 현상으로 말미암아 교회를 떠나는 일들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빛이 전혀 통과하지 못했던 그 바위 무덤에서도 부활하신 주님은 그 자체로 밝은 빛이셨다. 그렇다면 그 어떤 죽음의 냄새가 나는 무덤과 같은 곳, 혹은 죽은 바위와 같이 전혀 생명력이 없는 그 곳에도 '오직 예수'의 믿음을 지닌 자들로 말미암아 생명의 역사는 반드시 일어나지 않겠는가! 달걀이 바위를 깨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대신 달걀은 부활의 생명을 얻기까지 어미닭의 품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그 생명을 지닐 영적 인큐베이터, 즉 어미닭과도 같은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 안에 거하고 있는가? 이 질문이야말로 종교개혁 496주년을 맞이하는 프로테스탄트의 후예인 우리 모두가 지금까지 지나온 발걸음과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바르게 분별하는 이정표일 것이다.

글쓴이: 최호남 목사, 어바나예수사랑교회 IL
올린날: 2013년 10월 28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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