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자녀들의 졸업시즌입니다. 몇 년 동안의 한 시즌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단계로 올라간다는 것은 분명 보통 격려 받아서는 안될 만큼 귀한 일임에 분명합니다. 쌍수를 들어 축복합니다. "얘들아, 정말 수고 많았다!" 무엇보다 자녀들을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또 대학에서 사회로나 대학원으로 보내는 학부모님들의 수고를 주님의 이름으로 치하하고 올려 드립니다. "여러 학부모님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낯선 땅에서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큰 일을 한 것입니다. 당연하다 싶다가도 아이들의 애씀을 생각하면 마음이 '쨘' 합니다.
여러분들도 그러하시겠지만, 이렇게 아이들을 또 다른 세계로 보내면서 드는 생각은 지난 저의 학창시절입니다. 제 나이가 한국 전쟁 이후의 베이비 붐 시대 마지막에 걸쳐 있는 이유로, 그 시절은 힘 없고 가난한 나라의 서러움을 이겨보려고 어느 때보다도 가장 많이 노력했었습니다. 봄 같아야 할 청춘(靑春)을 새벽수업과 보충수업으로 엉덩이에 진물이 날 정도의 만추(晩秋)로 보냈던 기억이 가득합니다. 이 많은 과목들이 도대체 어디에 필요한 것일까?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꼬인 라면으로 삭히던, 도대체 출구가 보이지 않던 시간이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 심지어는 교실 벽에도, 책상 앞에도 붙여 놓았던 유명한 말이 있었습니다. 에디슨의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태어난다." 천재는 당연히 될 수도, 또 되고 싶지도 않았지만, 이 말에 부응해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을 따라 무려 스무 과목이 넘는 입시를 향해 노력, 또 노력, '열공'하는 흉내를 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대학에 들어가서도 똑같이 또 노력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공부라는 게, 아니 인생이 이렇게 밋밋하고 재미없는 노력의 반복일까?
물론, 인생에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정말 에디슨의 원래 의도가 오직 노력의 중요성, 그래서 인생은 99% 가 노력이고 나머지 1%는 어떤 운(luck) 같은 것이었을까? 그런 그가 초등학교에서 중퇴하고 온 생을 자유로운 발명의 영을 찾아 그렇게 살았을까? 정말 그는 무엇을 강조하려고 했던 것일까? 그의 인생을 조금만 보아도, 비단 그가 얘기했던 '노력' 이라는 말이 기존의 학교나 제도에서 수여되는 성적의 울타리에서 적용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생을 불타게 하는 진정한 공부에 대한 열망을 위한 노력인 것입니다.
생전에 에디슨이 남겼던 메모와 일기를 바탕으로, 그의 오리지널 삶과 생각을 추적하여 쓴 책이 있습니다. [에디슨의 메모]라는 제목의 책으로, 저자는 일본의 미래학자 하마다 가즈유키(浜田 和幸)씨입니다. 그는 이 에디슨의 말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이 그 동안 오해되어 왔다고 지적합니다. 즉, 에디슨의 원래 의도는 "1%의 영감을 얻기 위해 99%의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완전 반전인 동시에, 지난 시간 온 청춘에 쏟은 방향 잃은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할 필요성까지 절감하게 됩니다.
하마다 씨는 원래 에디슨이 주창했던 '1% 영감을 얻기 위한 99%의 노력'을 이렇게 비유합니다. "노력의 힘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어떤 것도 노력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풀리지 않은 문제를 놓고 온 힘을 기울여 노력합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안 됩니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통과하면서 결국 하늘로부터 한 영감이 주어지면서 문제가 풀리는 이치입니다. 노력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 영감을 위한 노력이 되어야 합니다." 인생은 '노력'(labor)이 아닌 '영감'(inspiration)이라는, 삶은 미지근한 성실이 아닌 뜨거운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시인 예이츠의 말입니다. "교육은 양동이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불을 지피는 것이다." 자녀교육도 마찬가지, 교육은 하나하나 무언가 가르쳐서 채워주는 게 아니라, 그에게 영감의 불을 붙여주는 것입니다. 동기와 목적이 방향을 잃으면 그저 학위와 졸업장 밖에 없습니다. 내가 왜 이 공부를 해야 하는지, 내가 왜 이 길을 가야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또 하고 싶다는 강렬한 소원이 불타, 하나님이 주신 영감을 치게 될 때 역사가 일어납니다. 학창시절에는 지겹게도 공부하기 싫어하더니만, 뒤늦게 자기분야에서의 성공을 이룬 사람을 종종 봅니다.
최근, 제임스 마커스(46세)라는 사람이 쓴 '공부와 열정'이란 책이 나왔습니다. 영어제목은 'Secrets of a Buccaneer-Scholar'(해적 학자의 비밀) 입니다. 책 제목처럼 이 사람의 이력이 재밌습니다. 16살 고교 중퇴, 20살 애플의 팀장, 지금은 소프트웨어 공학 분야 학위논문을 심사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동료들이 '학위를 더 따기 위해' 애쓰는 동안 나는 궁금한 걸 탐구하기 위해 읽고 관찰하고 추론하며 영감을 찾아 다녔다." 마치 카리브해를 누비던 해적(Buccaneer)처럼, 대담하면서도 순발력 있는 영감을 찾아서.
1%의 영감을 얻기 위한 99%의 노력. 이 땅의 학교나 제도를 무시하는 것이 아닌, 그것을 뛰어넘어 자유하는 영감을 만날 때, 비로소 그들은 주어진 인생을 즐기고 가장 아름답고 고상한 날갯짓을 하게 될 것입니다. 부디 우리자녀들이 이런 해적 같은 인물로 커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글쓴이: 장찬영 목사, 남부플로리다한인연합감리교회 FL
올린날: 2013년 5월 29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