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센티미터

"벼룩"은 자기 몸길이의 200배 정도 되는 높이를 뛰어 넘을 수 있는 곤충입니다. 작다고 무시하면 안 됩니다. 사람이 자기 키보다 3배 높은 장애물을 뛰어넘으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주고,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고 박수와 환호를 보낼 것입니다. 그러나 벼룩에 비하면 가히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벼룩을 사람으로 환산하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뛰어넘는 실력입니다. 거의 마술에 가까운 괴력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 중에는 "벼룩"이라는 별명을 가진 선수들이 많이 있습니다. 러시아의 미녀 장대 높이뛰기 선수 "이신바예바," 아르헨티나의 축구 신동 "리오넬메시" 그리고 몬트리올 올림픽의 살아있는 전설, 체조선수 "나디아 코마네치" 등은 모두 "튀는 벼룩"이라는 별명을 가진 선수들입니다. 순발력과 탄력이 벼룩처럼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대단한 수타들을 "치타"나 "표범" 그리고 "백상어" 같은 무시무시한 동물에 비유하지 않고, 눈에도 잘 보이지 않은 하찮은 "벼룩"에게 견주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벼룩의 초자연적인 능력을 알고 나서는 동감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선수 자신들도 위대하신 "벼룩님"(?)과 한 배를 탄 것에 대해 감사와 영광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서글프게도 벼룩님의 초인적인 점프 능력을 측정해보니, 높이는 18센티미터 그리고 넓이는 33센티미터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몸의 200배 높이를 운운할 때는 엄청난 길이를 기대했었는데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하지만, "깨알"만한 그의 몸 크기를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벼룩은 역시 벼룩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나온 한국 속담이 "지까짓게 뛰어봐야 벼룩"입니다. "낮짝도 없는 작은 놈"이 뛰어봐야 얼마나 뛰겠습니까?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보실 때는, 우리 인간들의 모습이 모두 이 "벼룩"과 같을 것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지식과 재능과 재력을 갖추었다고 몸에 힘을 주어도 결국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벼룩에 불과합니다. "나는 이렇게 멀리 뛸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쳐도 결국 33센티미터가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내보일 수 있는 실존적인 한계입니다. 며칠 전, 우연히 만난 후배 목사님 한분과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때마침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던 그 목사님께 적절한 조언을 해드렸는데, 고래 힘줄을 삶아 먹었는지 도무지 받아들이지를 않습니다. "형님, 저는 인생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자리를 털고 일어날 때, 답답한 마음으로 그 "잘난 놈"에게 한마디 해주었습니다. "나는 33센티짜리지만, 너는 한마디로 10센티다!" 본의 아니게 말이 욕같이 들려서 시원했지만, "혹시나 나도 하나님 앞에서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미리 간파하고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혜를 구할 줄 아는 겸손한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글쓴이: 김세환 목사, LA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2년 8월 27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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